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이 2025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 계획을 뒤로 미룬 채 자산 장부가액을 최대 200억 달러(약 22조 원)까지 감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분기와 2분기 석유와 가스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한동안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회사 측은 증산을 위한 투자 방침으로 입장을 전환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구체적으로는 5년간 연평균 30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이 내년 190억 달러 이하, 2022~2025년 200억~250억 달러 투자로 변경됐다. 여기에 천연가스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4분기 170억~200억 달러의 추가 감액도 계획된 상태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을 개선하고 재무제표를 재구성해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엑손모빌은 그간 감산을 발표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홀로 증산을 고집해 왔다. 영국 최대 다국적 석유 기업 BP와 두 번째로 큰 로열더치셸(RDSB)은 이미 연초에 각각 175억 달러와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산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WSJ는 “지난 6개월간 회사 주가는 약 16% 하락하며 정유업종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며 “올해 엑손모빌의 3개 분기 연속 적자는 사상 최악”이라고 전했다.
엑손모빌의 3분기 매출은 46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고, 순손실은 6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글로벌 인력의 15%에 달하는 1만4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발표한 상태다.
회사는 투자 지출을 줄이는 대신 최대 석유 발견지 중 하나인 가이아나와 미국 최대 유전지인 서부 텍사스 및 뉴멕시코의 파미안 분지에 우선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엑손모빌의 주가는 지난 1년간 40% 넘게 하락하며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다만 회사 경영진들은 파미안 분지와 가이아나 등에서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만큼 자신감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