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도 재건축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다만 느린 사업 속도, 이주 대책 등은 넘어야 할 벽이다.
국토교통부 계획대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흰돌마을 주공4단지가 재정비될 경우 일산신도시는 물론 1기 신도시 전체에서 첫 재건축 단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입주 30년 차가 지나는 내년이 되면 1기 신도시 곳곳에선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임대아파트보다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민간 아파트는 안전진단, 주민 동의율 확보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산신도시 흰돌마을 4단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일단 흰돌마을 4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 일산신도시, 나아가 1기 신도시 전체에서도 재건축 개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건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다. 1기 신도시 대부분 지역은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묶여 있다. 지구단위계획 구역에선 용적률이나 건폐율 등 토지이용 규제가 국토계획법보다 엄격하다. 현재 1기 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은 대개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한 상한에 걸쳐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
흰돌마을 4단지가 재건축된다면 일산신도시 일대에선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국토부 계획대로 고밀 재건축을 한다면 아파트 용도지역을 2종에서 3종으로 상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구단위계획을 바꿔야 해서다. 일단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용적률 상향을 위한 명분이 생긴다.
주변 단지에선 흰돌 4단지 재건축에 따른 후광 효과도 기대한다. 과거엔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주변 단지까지 저평가받았지만 흰돌 4단지가 소셜믹스(한 아파트 단지에 일반분양 아파트와 공공임대아파트가 함께 들어서는 것) 새 아파트로 거듭나면 이 같은 단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임대아파트 재건축 단지에 지역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백석동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흰돌 4단지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재건축을 마치고 인구가 늘어나면 인프라도 확충되고 집값도 신축 아파트 가격에 맞춰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흰돌마을 4단지 인근 국제한진3단지와 서안5단지에선 연계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업 속도를 높이고 종 상향 혜택도 함께 누리겠다는 구상이다.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 계획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에서도 국토부에 민간 아파트와 연계 재건축을 제안했다. 국토부 측은 "민원은 받았지만 공공임대아파트 정비라는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며 "아직 제대로 검토가 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대아파트 재건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속도다. 국토부는 공공임대 재건축에 준비 기간만 3~4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국토부는 공공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지를 매년 1~2곳씩 선정할 예정인데 아파트를 짓는데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8년 입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이주 수요도 관건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기존 입주자에게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거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거처가 확보되지 않으면 재건축이 표류할 우려가 있다. 흰돌마을 4단지는 규모가 1141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여서 이주 수요가 적지 않다.
다만 2020년대 중후반이 되면 3기 신도시 조성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주택 공급이 지금보다 원활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측도 "인근 공공임대아파트 공가(空家ㆍ빈집)를 활용하거나 장기 미매각 학교 용지 등을 이용하는 등 촘촘한 이주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 부동산 규제나 시장 상황에선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쉽지 않다"며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