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관가도 뒤숭숭하다. 개각에 따라 대대적 인사가 뒤따르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는 세평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 번에 개각을 단행하기보다는 두 차례에 걸쳐 새 진용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국정 마무리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순장조’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퇴임 이후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는 친문 성향의 최측근 인사들로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침체, 소비침체, 부동산 혼란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최측근 인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개혁 인사를 하기에도 4월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에 두고 있어 표심에 흔들려 한계가 있다. 재정도 이젠 넉넉지 않은 데다 다음 정권에 빈 곳간을 물려줄 수 없어서 지금과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민생경제 활력화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인력풀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으로선 정책의 연속성을 가질 수 없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아쉬울 것이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1차 연임제)를 외쳤지만, 정쟁에 가로막혔다. 지금의 정치 구조로 보면 개헌을 통한 4년 중임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어려운 문제다.
이번 개각에서 8월 초 사의를 표명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근 사의를 표명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 가능성이 주목된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거취 문제도 관심사다.
노 비서실장 후임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 부총리 후임으로는 고형권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세평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깜짝 발탁은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후문에는 여러 친문 재야인사들에게 인사 타진을 했지만 대부분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인사청문회 도덕성 기준을 통과할 자신이 없는 데다 굳이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가 염려스럽기 때문이란다. 진보적이고 깨끗하다는 재야인사들도 가족 재산이나 자녀 문제에서만큼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우리 사회에 사회지도층들의 합법적 편법·꼼수·불공정·특권이 만연했고 본인들도 그 과실을 누렸다고 해석하면 무리일까. 우리 시대 엘리트 계층의 자화상을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들 인사의 내각 입성의 길을 터주고자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에 합의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정쟁에 몰두해 있던 여야가 청문회가 인재 등용을 막고 있다는 데엔 서로 공감을 했다는 의미다. 현 우리 사회 지도층의 만연된 특권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법 개정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은 오로지 ‘공직윤리청문회’의 공정성만 바라보게 됐다. 문제는 정책 능력을 공개 검증하더라도 정책의 힘을 받기에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덕성이야 어쨌든 정책 능력이 탁월한 인사가 발탁돼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국민도 이번 법 개정에 눈감아 줄 것이다. 국민이 희생하는 만큼 문 대통령도 ‘순장조’ 최측근 인사가 아니라 다음 정권에 정책 연결성을 줄 수 있는 개각 인사를 단행하는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