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도 넘은 행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입력 2020-11-23 07:00 수정 2020-11-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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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의 한국 자본 빼먹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한회사에 대한 감시 통제가 강화되자 유한책임회사라는 ‘회계 사각지대’로 둥지를 옮기는 외국계 자본도 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에 속한 외국계 기업 43개사의 배당 성향은 평균 80%대였다. 배당금 총액은 2조8287억 원으로 2018년 대비 1.6% 줄었다. 당기순이익 감소 영향으로 평균 배당 성향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높아진 80.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 조원을 돌파한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10년간 로열티로 7500억 원, 그리고 순익의 80%인 4500억 원을 배당금으로 본사에 보냈다.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지난 10년간 순익보다 더 많은 1조4000억 원을 배당처리했다. 미국계 커피회사인 스타벅스의 경우 배당금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롯데네슬레코리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카길애그퓨리나, 한국하겐다즈 등은 한국 법인이 자신들의 상호나 상표를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로열티(royalty)’를 챙겨가고,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각종 사용료’를 뜯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외국계 기업 한국 사업장이 해외 본사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 판이다.

외국계 기업들의 ‘배당·로열티 먹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의 설립이 용이해지면서 이런 행태는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 및 공시 의무가 없었다. 최근엔 감사보고서 제출의무를 피해 유한책임회사로 도망가고 있다.

음식 배달앱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한국 법인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운영), 네슬레코리아 등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대법원 등기소의 법인 등기 집계에 따르면 유한책임회사의 신규 등록 수는 올해 8월까지 333곳으로, 작년 한 해 연간 수치(371곳)에 육박한다. 2017년 318곳이던 유한책임회사 신규 등록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배당이나 로열티 형태로 이들의 본사에 흘러들어가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세금 한 푼 안내는 곳도 있다.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은 전체 신고법인 1만630개 중 4956개(46.6%)였다. 이 중 매출 1조 원 이상 기업은 7곳, 5조 원 이상 기업은 2곳이었다.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 문제는 과거 국정감사 등에서도 꾸준히 지적됐지만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은 2018년보다 265곳 더 늘었다.

이 같은 이면에는 정부나 금융감독당국과 외국자본의 유착이 있었다는 지적이 적잖다. 실제 론스타는 ‘외자 유치’란 이름으로 들어왔다가 자본을 빼먹고 유유히 사라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의원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바꿔치기를 진행하고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은행 인수를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지점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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