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마리의 양이었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느낀 참담함이다.
조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로 구성된 예산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예산이 변경돼 전체회의에 상정됐다"면서 "600억 원 넘게 삭감된 사업, 삭감됐다 다시 부활한 사업 등 수십억 원 이상 변경된 수많은 사업에 대한 내용이 달랑 한 장의 표로 올라왔고 그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를 비롯한 당황한 12명의 예산소위 의원들은 수정 이유를 계속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여야 간사들의 합의라는 같은 대답이었다"며 "국민의힘 간사께서는 국회가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해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모든 예산소위 의원들에게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산소위는 표결이 아닌 만장일치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번 예산안 결정은 스스로 존재의 이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끄러운 행위였다"고 하소연했다.
조 의원은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작은 양이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투표하는 것"이라며 전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표하고 뛰쳐나온 스스로를 한마리의 양에 빗대었다.
민주주의가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없으면 무너지며, 최종 결정 과정에서 소수의 목소리도 반영이 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의원은 "후배,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민주주의는 이런 모습일 수 없다"면서 "국회를, 정치를 혼내주십시오, 저부터 혼내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했다.
앞서 조 의원은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소위 의원들이 어떻게 내용을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1~2분 내에 검토할 수 있겠냐"면서 "국회는 간사 협의로 이뤄지는 것이니 조용히 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의원이 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선이지만 제가 배운 민주주의는 이렇지 않았다"면서 "과정을 존중하고 절차를 지키며 작은 목소리,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주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