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2차 회의서 롱리스트 확정
새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물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모펀드 사태로 뒤숭숭한 은행권의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과 교감할 수 있는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한 가운데 변수도 있다. 관치 논란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11명의 연합회 이사진들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열고 차기 연합회장 후보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은행연 이사회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10명의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KDB산업·IBK기업·SC제일·한국씨티·경남은행) 등이 이사진으로 구성돼있다. 이사회가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역할도 맡는다.
이날 주요 은행장들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롱리스트(회장 후보군) 구성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후보 추천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회 회추위는 행장들이 1명 이내 후보를 추천하면, 후보군을 추려나간다.
김태영 회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회추위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고, 다음 회동 때 후보군을 각자 추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다음주 2차 회의를 열고 롱리스트를 확정한다. 이후 숏리스트(최종 후보군)가 정해지면 차기 은행연합회장은 22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통상 연합회장 최종 후보군은 단독 후보를 통해 결정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차기 회장으론 관(官) 출신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모펀드 사태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이유로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전직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최근 김태영 현 은행연합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국회 정무위원장 출신의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행정고시 출신의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물망에 올랐다.
막판 변수는 ‘관치 논란’이다. 은행을 대표해야 하는 만큼 업계 사람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순수 민간 출신으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 김태영 회장처럼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깜작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최근 급부상했다. 신 전 사장은 3년 전 회추위 때 홍재형 전 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함께 ‘빅3’ 후보군으로 올랐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