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더디면 상환 리스크 발생”
“지금 당장은 우선 대출이 필요한 시점”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중소기업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 6개월 새 일본 중소기업들이 정부 구호 프로그램을 통해 2500억 달러(약 280조 원)의 대출 상환을 연장했다고 전했다.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미상환 대출금(9월 기준)은 5조50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00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우 5250억 달러 규모에서 구호 프로그램을 중단했지만 일본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일본은 1980년대 시작된 ‘잃어버린 20년’으로 줄곧 디플레이션과 싸워 왔다. 장기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저축 대신 투자와 소비를 장려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는 소비자물가상승률 2% 초과 달성을 집권 내 목표로 삼았지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집권한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피해가 커지면서 각 은행은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금을 더 풀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이 보유한 MUFG은행의 경우 대출 승인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신청ㆍ후제출 제도를 취하고 있다. 서류 제출에 앞서 대출을 신청하게 하는 식이다.
거듭된 실패에도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에 의견은 분분하다.
금융기업 모넥스의 브로커리지 전문가인 나나 오츠키는 “현 대출엔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이미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이전에도 대출을 연장해 왔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상환 위험이 뒤따른다”고 경고했다.
WSJ 역시 일본의 무이자 대출 정책이 자칫 1990년대 넘쳐 났던 좀비 기업(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만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 일본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이자 현 히토츠바시대학 교수인 토시타카 스키네는 “경제가 침체했을 때 좀비 기업을 죽여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스키네 교수는 “1990년대 경험에 비춰볼 때 좀비 기업을 포기한다고 해서 경기가 부양되는 건 아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유연하지 않은 노동 시장에선 그렇다”고 설명했다.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내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어 경기 회복 시점 또한 불투명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일 기준 113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21일(1220건)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