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하쿠나라이브’에서 김모 양(11)은 1억 3000만 원을 결제했다. 부모 모르게 현금화가 가능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해 35명의 BJ에게 전송한 것. 아버지 김 씨는 8월 12일 환불을 요청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하쿠나라이브 측이 본인은 BJ와 시청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BJ도 환불을 거부, 약 46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으나 언론에서 기사화된 이후 3개월 만에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6일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주관하는 ‘2020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이 개최됐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며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만큼, 하쿠나라이브 사태와 같은 분쟁의 방안을 강구하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이병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승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 양영화 법무법인 이안 변호사,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법제연구팀 팀장, 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금융소비자연구센터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2020년 10월 기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자료에 따르면 분쟁 조정 사건 접수 건수는 1만 2716건이다.
손승우 교수는 “2020년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2019년 6638건에 비해 약 92%가 증가했다”라며 "코로나 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해결방안이 더욱 요구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중 콘텐츠 분쟁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는 ‘게임’이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2020년 9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게임 분야 분쟁은 전체 콘텐츠 분쟁 중 92.9%를 차지했다.
윤민섭 연구위원은 “게임을 하는 소비자들은 게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수시로 이용할 뿐 아니라 불편한 과정이 있으면 게임이 왜 작동을 안 하는지 문의한다”라며 “파본된 책은 교환하면 되고, 영화가 취향에 안 맞아도 체념하면 되지만 게임은 경쟁적 요소가 다분해 분쟁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분쟁 사유 중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사용자 이용 제한(28.1%)’이다. 게임사가 금지한 에임 핵 등 불법 프로그램 사용으로 계정이 정지된 경우, 계정 이용제한 해제를 요청하는 분쟁조정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결제 관련된 분쟁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결제 취소‧해지‧해제(24.8%)’, ‘미성년자 결제(13.1%)’가 나란히 분쟁 사유 2, 4위에 올랐다.
앞서 이병준 교수는 “환불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계정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경우”라며 “부모들이 아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서류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편의를 위해 부모 명의로 개통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환불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 명의가 일치하지 않아 아이가 실제로 게임을 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코로나 19 비대면 분쟁의 대안으로 ODR(Online Dispute Resolution, 온라인 분쟁해결)을 제안했다.
이병준 교수는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비용과 시간이 절감돼 효율적일 뿐 아니라 편리하기도 하고, 조정 당사자가 법률 전문가일 필요 없이 상식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ODR의 도입을 위해 다른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 교수는 “미국의 경우 2019년 말 온라인 분쟁조정시스템을 법원에 도입, 일정 가액 이하는 무조건 이쪽에서 전담해 처리하고 있다”며 “현재 17개 주가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자동상담시스템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온라인 분쟁조정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광저우 중재위원회의 경우 온라인 분쟁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 원격 법원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중재 플랫폼을 결합해 현재까지 총 32억 위안에 달하는 1만 2397건의 분쟁을 처리해왔다.
한국 게임 분쟁 조정의 개선점도 다뤄졌다.
윤 연구위원은 “콘텐츠분쟁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면 타 분야와 게임 분야가 동수로 구성돼있다”라며 “주된 분쟁이 게임에서 발생한다면 게임 쪽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미성년자가 결제할 수단이 없어 분쟁이 촉발되는 만큼 다른 산업과 조화를 이뤄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