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표방 서구권 국가들, 코로나19에 아시아 ‘국가 개입 경제’ 수용

입력 2020-11-06 14:14 수정 2020-11-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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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임주의 숭상했던 유럽, 외국에 장벽 세우고 있어
미국도 중국과의 첨단기술 패권 놓고 반도체 등에 지원 추진

▲매출 기준 작년 글로벌 대기업 순위. 단위 10억 달러. 위에서부터 월마트/시노펙/스테이트그리드/CNPC/사우디 아람코/폭스바겐/아마존. 녹색은 국영기업.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매출 기준 작년 글로벌 대기업 순위. 단위 10억 달러. 위에서부터 월마트/시노펙/스테이트그리드/CNPC/사우디 아람코/폭스바겐/아마존. 녹색은 국영기업.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전통적으로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했던 서구권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전례 없는 위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국가 개입 경제’ 모델을 수용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중국과 아시아의 거대 국영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지금의 생활 수준과 첨단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서구권 국가들의 불안이 커져 가는 것이 이런 배경에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이런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부문의 균형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부양책 도입을 통해 경제구조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구상도 떠오르고 있다.

자유방임주의 정책과 자유무역을 오랫동안 숭상했던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정상들이 경쟁 외국 세력에 대해 장벽을 세우기로 했다. 여기에는 핵심 기술제품 생산 본국 회귀와 헬스케어 등 핵심산업에 대한 해외 의존도 낮추기, 유럽 대표 디지털 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이탈리아예탁대출공사(CDP)는 지난달 유로넥스트의 이탈리아증권거래소 인수를 돕고자 유로넥스트 주식을 취득했다. 독일 정부는 1997년 민영화한 루프트한자항공에 100억 달러(약 11조 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분 20%와 2명의 감독위원 자리를 요구했다.

미국에서도 민주·공화 양당 모두 정부가 경제에 더 큰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과의 첨단기술 패권 싸움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여야 의원은 최근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그린 뉴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센 소장은 “이는 역사적인 대전환”이라며 “중국과 코로나19 재난에 대한 서구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최근 움직임은 1980년대 서구권에서 압도적이었던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경제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 원리에 바탕을 둔 경제이론은 정부의 기업 지원을 최대한 줄이고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며 무역 자유화를 중시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재난에 서구 각국 정부는 이제 괴멸적인 타격을 받은 산업에 막대한 지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억 유로를 들여 호텔을 인수하거나 개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베이커리와 치즈 판매점 등 자국 문화에 핵심인 사업을 지원하고자 당국이 아예 수억 유로를 투자해 점포를 인수할 방침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행정부는 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을 축하는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특히 유럽 정책입안자와 기업 사이에는 미중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새 디지털 산업에서 자신들이 뒤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가 개입 강화로 경제 급성장을 이룩한 아시아 국가들도 코로나 사태로 정부의 역할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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