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청약당첨 문턱… '로또 단지' 4인 가구도 '넘사벽'

입력 2020-10-29 15:14 수정 2020-10-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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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스 미소지움 청약 커트라인 69점
무주택 15년 4인 가족도 잘해야 '당첨권'
낮은 가점 젊은층 내집 마련 더 어려워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로또 아파트'라 불렸던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옛 벽산빌라) 청약 결과가 나왔다. 분양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당첨 문턱은 높아졌다.

29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 당첨자 청약가점은 최저 69점이다.

당첨 최저가점(커트라인) 69점은 4인 가구(20점)가 무주택 기간(만점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만점 17점)에서 모두 만점 기준인 15년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무주택 기간은 세대주가 만 30세가 된 날이나 결혼한 날 중 빠른 날부터 산정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만 45세 미만은 턱걸이 당첨도 힘들다는 뜻이다. 가족 수가 세 명 이하면 당첨이 아예 불가능하다.

서른 결혼 세대주, 45살까지 무주택 버텨야 당첨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벽산빌라 자리에 짓는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 아파트다.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한 후 정비사업 단지로는 처음으로 상한제가 적용됐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격이 3.3㎡당 약 2569만 원, 전용면적 84㎡형 기준 8억6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 부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강동구 명일동 한양아파트 전용 84㎡형이 13억~14억 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4억~5억 원은 저렴하다.

이 때문에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당첨만 되면 억대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통했다. 21일 청약에서 이 아파트는 총 100가구 가운데 26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1만396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537.08대 1로 청약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들어서는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옛 벽산빌라) 아파트 조감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들어서는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옛 벽산빌라) 아파트 조감도.

올해 서울 아파트 12곳 경쟁률 세 자릿수…당첨자 평균 가점 61점
4인 가구는 11년, 3인 가구 15년 집 없어야 안정권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한 후로 수백 대 1 경쟁률은 서울에선 예사가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또다른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서초동 '서초 자이르네'도 청약 경쟁률이 평균 300대 1을 넘겼다.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단지에서도 10곳에서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 달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 문턱이 좁아질 것이란 생각에 급히 청약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가 본격적으로 청약시장에 나오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하면 수억 원대 차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과다한 차익 실현을 막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은 당첨 후 최장 10년 동안 전매가 제한되지만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이나 서초 자이르네에서 볼 수 있듯 이 같은 규제도 청약 열기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특별공급 물량 늘어나면 중ㆍ장년층도 불리해져

문제는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 젊은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젊을수록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ㆍ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짧아 청약가점이 낮아서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당첨자 평균 가점은 61.3점이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을 채워도 4인 가구는 11년, 3인 가구는 15년을 내 집 없이 지내야 당첨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를 일반분양받은 사람 가운데 30대 이하 비중은 지난달 10.5%였다.

이 때문에 정부나 서울시는 청약 가점을 따지지 않는 특별공급을 늘리는 식으로 청약 구조를 개편하려 하지만 쉽지 않는 작업이다. '세대 간 제로섬' 게임 때문이다. 특별공급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점제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착실히 가점을 쌓아온 중ㆍ장년층은 전보다 불리해진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 당첨 문턱이 높아지는 현상이 고착화할 것"이라며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남길 수 있는 상황에선 청약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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