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업체의 저가 수입제품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철강, 섬유, 기계 등 국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 구제 조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법무법인 세종과 ‘제5회 대한상의 통상 포럼’을 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명성 법무법인 세종 회계사는 ‘포스트 코로나 통상환경 전망 및 주요국 무역구제 조치 동향’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를 활발히 하고 보호무역 관련 슈퍼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도 유지 중”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중국을 압박하고, 보호무역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회계사는“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지역 다변화를 시도해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비대면 상황에서 효과적인 무역구제 조사방안을 마련하고 주요 국가의 반덤핑, 상계관세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기업 무역구제와 불공정 무역행위 관련 대응방안으로 △국내제소를 활용한 적극적인 자국산업 보호 △기업들의 통상 전문성 강화 △상계관세 연구 및 조사기반 확립 △특별시장 상황(PMS), 비시장경제(NME) 등 반덤핑 관세 조사 제도 도입 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 철강 시장은 수입 철강재의 내수 점유율이 세계 최대 수준이나 여타 주요 수입국인 미국, EU, 인도 등과 달리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거의 없어 사실상 수입재에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철강업계는 미국, 아세안, 캐나다 등 19개국으로부터 90건의 피소(규제 77건, 조사 13건)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철강 제소는 7건에 불과하다”며 “국내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불공정 수입제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무역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동창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 섬유류는 현재 6개국으로부터 총 14건의 수입규제(반덤핑 10건, 세이프가드 4건)를 받고 있다”며 “특히 2019년 이후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 자국 섬유산업 보호와 저가 중국산 수입규제를 위해 잦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고 있고 미국과 터키도 폴리에스터단섬유(PSF)와 폴리에스터장섬유직물에 대해 20년간 반덤핑규제로 우리 기업의 수출확대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정부에 “해외 저가제품 수입 급증에 따른 수입규제 대응과 주요 규제국가를 대상으로 아웃리치 등 사전공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건의했다.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미 무역구제제도 선진국들은 지난 4~5년 전부터 지속해서 관련 제도와 조직을 강화해 왔다”며 “코로나 사태까지 덮친 현시점에서 국내산업의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해 무역구제제도의 개선과 무역위원회 조직 역량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국내 무역구제제도가 WTO 협정보다 과도하게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최소부과원칙의 유연화, 우회 덤핑규정의 조속한 도입, 원심 및 재심절차 운용의 일원화를 비롯한 다양한 절차 규정 정비 등 현행 관세법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철강, 섬유, 기계 등 국내산업이 해외 저가 수입제품으로 인하여 큰 피해를 보고 있어 무역구제조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주요 국가의 무역 구제 조치 동향을 자세히 관찰하고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등 적극적인 무역 구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주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세종 외에도 정부, 학계, 업계 등에서 전문가 13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