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자동차(EV) 화재 사고로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될까 무섭습니다.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배터리사에 의견을 구하지도 않은 채 섣부르게 주범으로 규정해버렸네요.”
배터리 업계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ESS 화재 사고의 악몽이 재현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년 전부터 발생한 ESS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입은 타격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ESS에서는 3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장기간의 원인 조사 끝에 결국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결국 배터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배터리 업계는 즉각 “배터리는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며 ESS 화재 원인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를 정면 반박했지만, 조사단은 “기업의 소명 의견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이를 일축해 버렸다.
결국, 해외 ESS 시장의 고속 성장에도 국내 시장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국내 ESS 설치 용량은 2018년 5.6GWh에서 2019년 3.7GWh로 줄었고, 이로 인해 기업들도 이 부문의 실적을 예전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의 화재 원인으로도 또다시 배터리가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코나에 대해 시정조치(리콜)를 명령하며 배터리 셀이 원인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LG화학은 즉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업계에서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설정값을 과도하게 늘리거나 운행 중에 비롯될 수 있는 관리 결함 등이 문제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화살을 배터리로 돌린 것 아니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화재의 피해는 소비자가 입는 상황에서 책임 소재는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책임이 있는 쪽은 책임을 지고,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ESS 사태에서 배웠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책임 소재를 밝혀야 산업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신속한 원인 조사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