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투자은행서 홍콩인 비중 30%·중국 본토 출신 60% 달해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출신 투자 은행가들과 중국 본토 출신들 간의 자리 바뀜 현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불어난 본토 인력 풀과 홍콩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자본 증가 등으로 인한 홍콩 은행가들의 실직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3%에서 올해 96%로 치솟고 홍콩 반정부 시위 이후 주요 금융권에서 홍콩인 채용을 기피하는 일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실직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채용 전문 업체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홍콩 내 투자은행에서 홍콩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40%에서 현재 30%로 줄었다. 60%는 중국 본토 출신이 차지하고 있으며 10%는 해외 인력으로 채워졌다. 이 같은 흐름은 본토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위직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로버트월터스는 설명했다.
본토 은행가의 유입으로 홍콩 금융권 임금도 낮아지고 있다. 리서치 업체 웰즐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홍콩 금융권 임원직의 임금은 약 15~20%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현지 채용 현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5년 100만 달러(약 11억4800만 원)에서 200만 달러를 받았던 전무이사직이 현재는 85만 달러에서 175만 달러 사이를 받는다고 전했다.
홍콩 은행가들의 실직은 비단 홍콩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중국 본토에서도 홍콩 출신 인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는 2016년 이후 총 15명의 본토 출신 임원을 선임했다. 같은 기간 홍콩인은 11명에 머물렀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2018년 파트너급 인사에서 세 명의 중국 국적자를 뽑았는데, 홍콩인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중국의 세법 개정이 홍콩 은행가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중국이 홍콩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역외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현재 홍콩 소득세율 상한은 17%인데, 이는 본토 최고세율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이 격차를 메우겠다는 의도다. 이로 인해 홍콩 내에선 중국 복귀를 준비하는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