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가난해진 건 게을러서도, 열심히 살지 않아서도 아니다. 젊어선 식당일 등을 했고, 나이가 늘어선 나물을 팔았다. 노점 생활도 어느덧 10년째다. 그러면서 홀로 두 남매를 키웠다. 김 씨에게 가난은 ‘게으름의 대가’가 아닌 ‘희생의 대가’다.
생계급여 수급자인 이명환(가명·70대) 할아버지도 평생을 공사판에서 살았다. 일용직 신세를 한탄하며 결혼도 포기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이 할아버지의 몸은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망가졌다. 배우지 못했어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고독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주민센터 직원이 추천해준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며 “가난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 고령자통계’를 보면, 지난해 노후를 준비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노인(65세 이상)은 전체 노인의 48.6%에 불과했다. 그나마 저소득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8월 기준으로 평균 42만2000원이다. 월세와 쌀값을 내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빈곤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 중 하나다. 2018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43.4%로 18~65세(11.8%)의 4배에 육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가장 높았다. 66세 이상도 연령대별로 상황이 다르다.1960~1970년대 경제활동을 시작한 70대 이상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낮고 첫 일자리의 근로조건이 열악해 경제 호황기인 1980~1990년대에도 ‘질 좋은’ 일자리로 옮겨가지 못했다. 수십 년간 경제·사회 밑바닥에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지만, 늘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노후 준비는 꿈도 못 꿨다.
특히 70대 이상은 부모와 자녀를 함께 부양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핵가족화로 정작 자신들은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했다. 통계청의 ‘2019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전체 가구 중 3대가 모여 사는 가구의 비중은 2000년 6.8%에서 2018년 3.7%로 반토막 났다.
이 할아버지는 “평생을 일만 했는데, 돈이란 게 내겐 모래알처럼 들어오는 순간 흩어지더라”며 “결혼도, 자식도 포기하며 일생을 공사판에 바친 인생이 덧없게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