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1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에서 제6회 궁중문화축전을 연다고 7일 밝혔다.
주재연 총감독은 이날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축제들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봄, 가을 두 번 하려고 했던 축제가 가을에만 열리게 됐지만 지난 12월부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축제를 기획했기 때문에 다른 축제보다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궁중문화축전은 지난 5년간 약 250만 명을 동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문화 축제다.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온라인화 됐지만, 지리적·물리적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인과 궁궐의 다채로운 매력을 즐기겠다는 포부는 여전하다.
이번 축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진행한다. 현장 행사는 12개, 온라인 프로그램은 18개가 마련됐다. 10일 오후 7시 경복궁 경회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歌), 무(舞), 악(樂) 퍼포먼스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의 명장면 시연으로 축전의 막이 올라간다.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는 유일하게 유료 예매로 진행된다. 판소리 심청가를 모티브로 하는 이 공연을 위해 소리꾼 6명, 무용수 50여 명이 워터스크린,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환살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회당 600명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70명만 현장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주 감독은 "심청이가 물에 빠지는 장면 등은 사전에 워터스크린을 통해 수중촬영됐다"며 "완성판은 26일부터 31일까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부터 18일까지는 현장 행사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오프라인 주간'이다. 사전 예약한 이들만 관람할 수 있다.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을 비롯해 한방향첩을 만들어보는 '창덕궁 약방', 전시 행사인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고궁사진전'·'혼례, 힙하고 합하다' 등이 진행된다.
수문장 교대의식이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하루 두 번 열리고, 경복궁 소주방에서는 궁중별식과 조선 시대 궁궐의 식생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경복궁 생과방'이 진행된다. 18일 경회루에서는 무용 '천상풍류'가 펼쳐진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궁중문화축전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다. 영조·사도세자·정조의 이야기로 구성한 음악 드라마 '시간여행 그날, 정조-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를 비롯해 국악인 안숙선·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등 아티스트 5명이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 '시간여행 그날, 효명'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영상, 다큐멘터리 '왕국에서 황제국으로' 등이 공개된다.
게임 콘텐츠를 궁궐에 접목한 '랜선 어린이 궁중문화축전'도 선보인다.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 사실적으로 구현한 조선 시대 한양 거리와 경복궁을 통해 어린이들이 궁궐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과거 시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체험도 현장 체험 못지 않게 생생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궁중문화축전을 집으로 배달해드립니다'는 조선왕실등 만들기 재료, 수문장의 칼과 방패 등 4가지 체험 키트를 신청자의 집으로 배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 궁중문화축전 전용 홈페이지에서는 '창덕궁 달빛기행'을 가상현실(VR)로 즐기는 'ON(온) 창덕궁 달빛기행', 궁중병과 밀키트를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ON 별빛야행 with(위드) 시식공감', 서여향병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제작된 'ON(온) 생과방'이 공개된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은 "내년도엔 9억5000만 원의 예산을 비대면 부분에 넣을 계획"이라며 "코로나19가 없어져도 소외계층이나 궁에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NBC 프로그램 '팰런쇼'를 위해 방탄소년단(BTS)이 촬영 장소로 사용했던 경복궁을 비롯한 4대궁과 종묘를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다양한 영상을 준비했다"면서 "궁중문화축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와 안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