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월세시대' 연착륙하려면… 공공임대ㆍ‘착한 임대료’ 정착 필요

입력 2020-10-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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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수도 런던은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한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월세로 내야 할 정도다. 살인적인 월세를 피해 사람들은 런던 템스강 곳곳 배를 띄워놓고 살아간다. 일명 ‘보트하우스’다. 지난해 기준 영국에서는 1만5000명 이상이 보트에서 주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런던뿐만 아니라 홍콩과 암스테르담 등 집값이 비싼 곳은 어김없이 보트하우스가 등장하고 있다.

월세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을 통과시키자 주택시장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도 ‘전세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인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원’을 돌파했다. 전세가 사라지고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런던 템스강변 ‘보트하우스’를 서울 한강에서 목격할지 모른다. 월세 시대 연착륙을 위해서는 임차인 자금 지원 확대와 임대주택 재고 유지,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대차시장 직접 규제로는 한계…美ㆍ獨 '임대인 지원ㆍ보조금' 눈길

한국과 경제 체제가 유사한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주택 정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한국주택학회가 펴낸 ‘해외 주거복지정책 사례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개발은 ‘공공주택청’이 담당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조정된 가구소득의 30%로 설정하고, 모든 주에서 공공주택청이 임대료를 책정한다.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임차인 조정소득의 30%와 임대료 차액을 임대인에게 지불한다. 임대인을 위한 지원금과 함께 집수리 등도 지원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유지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전례 없는 주택 부족을 겪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사회적 시장경제 주택시장 통합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독일은 자가보유율(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40% 수준으로 매우 낮다. 수도 베를린의 경우 임차인 비율이 87%에 달한다. 이에 민간 임대인이 전체 주택의 47%를 보유해(다른 국가 10~20% 수준) 전체 임대주택의 84%가 민간에 의해 공급된다. 그 결과 독일은 임차인 보호 조항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임대인의 주택 유지·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에 신규주택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관리임대료 폐지, 임차인 퇴거보호 한시적 폐지제도 등을 유연하게 운영해 주택 공급 균형을 맞췄다.

영국은 먼저 임대로 집에 들어간 뒤 그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생활 임대’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 제도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임차인이 주택 구입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이후 공동 소유 또는 개인 명의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런던 생활 임대로 제공되는 주택은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공급된다.

한국 임대료·기간 직접 규제로는 한계…“소득 규모에 따른 과세 필요”

한국의 경우 해외 사례를 참고해 민간 임대주택 물량 증대와 임차인 세금 혜택 등 ‘착한 임대’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용 협성대 교수는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제도의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소득 규모에 따른 과세와 분리과세 적용의 제한 등을 주장했다. 장 교수는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주택 보유수와 임대 유형에 상관없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며 “1주택의 경우에도 고가주택 구분 기준은 폐지하고, 오로지 월세 또는 전세 임대소득의 크기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 기간과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임대차 3법 시행과 함께 표준임대료 제도까지 도입하려 한다. 표준임대료 제도는 시·도지사가 표준임대료를 산정해 공시하고 행정기관이 활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임대차시장 직접 규제는 ‘전·월세 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지난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은 총 83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만3420건)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 거래가 38%가량 줄어들었다. 또 월세 전환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격 통제 등 규제책 만으로는 임대차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택 공급 방안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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