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4분짜리 동영상에서 “앞으로 며칠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왔을 때 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꽤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곧 돌아갈 것이다. (11월 대선을 향한) 선거 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하며 일시 중단된 유세 활동에 조기 복귀 의욕을 내비쳤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3일까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두 번째 투약 받았다. 트럼프 주치의인 숀 콘리는 3일 밤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점차 호전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 열이 없었다”며 “가벼운 기침이나 코막힘, 피로감 같은 증상 역시 차도가 있으며, 숨 쉬는 데에도 별 지장이 없어 현재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정확한 퇴원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백악관에서부터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었다고 보도해 병세가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4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징후(바이탈사인)가 상당히 우려스러웠으며, 향후 48시간이 중요하다. 완전한 회복을 위한 분명한 경과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며 주치의인 콘리나 병원 의료진과 매우 배치되는 진단을 내놨다. 대부분의 언론은 해당 관계자를 익명으로 처리했으나 AP통신은 이 관계자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라고 특정했다.
특히 우려되는 건 입원 전 산소호흡기를 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매우 민감한 요소다. 로이터통신은 3일 동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이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점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입원 중에도 미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어필할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등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 참석자 중 8명이 확진됐고, 심지어 트럼프와 첫 TV 토론에 동행했던 대선 캠프의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상이다.
이 정도 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8시간 동안 조시 H. W. 부시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권한 이양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외교·안보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8일로 예정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축소, 일본은 예정대로 가되 한국과 몽골 방문은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퇴원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해 외유 일정을 줄인 것이다. 미 국방부는 2일 성명에서 “미군은 국가와 국익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권 혼란을 틈 탄 도발을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