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마다 반복된 ‘올빼미 공시’가 올 추석에는 자취를 감췄다. 올빼미 공시는 명절 연휴 등 투자자 관심이 떨어지는 기간에 부정적 소식을 전하는 공시 행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사들의 꼼수가 통하지 않게 취한 ‘재공시 조치’가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 한국거래소가 전 상장회사에 이메일을 배포해 ‘올빼미 공시 금지’ 등을 강조했다.
거래소는 “연휴 직전 매매일 정규장 마감 이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 이후 공시는 올빼미 공시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각사에 사전 공지했다”며 “올빼미 공시에 해당하는 공시는 연휴 직후인 5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득이하게 공시해야 할 경우에도 업무를 신속히 처리해 정규장 종료 이전에 공시가 이뤄지도록 만전을 가해달라”고 덧붙였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29일 장 마감 이후 총 89건의 공시(코스피ㆍ코스닥, 거래소 시장조치 제외)가 나왔다.
이는 작년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 장 마감 공시 건수(66건)보다는 늘었지만, 재작년 추석 연휴 직전 거래일(2018년 9월 21일) 장 마감 이후 공시(130건)보다는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번 장 마감 이후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는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나 증권사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 등 주가와 무관한 일상적인 공시였다.
그동안 연휴 직전일 장 마감 후 공시는 100~2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공시 건수뿐만 아니라 악재성 공시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올빼미 공시가 잠잠해진 건 금융당국이 내놓은 근절 대책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거래소는 올빼미 공시 중에서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공시 내용이라면 재공시하고, 올빼미 공시를 연 2회, 혹은 2년에 3회 이상 남발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다만, 거래소는 올빼미 공시 블랙리스트 공개 운영안은 보류할 방침이다. 기업 명단 공개와 같이 망신주기형 제재보다는 계도 중심 관례 체계가 더 바람직한다는 취지에서다. 일각에선 단순히 장 마감 시간만을 기준으로 기업의 귀책사유를 묻고, 기업 명단을 공표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러한 상장사 입장을 고려하면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에 ‘재공시 조치’ 운영안에 주력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연휴 직전에 나오는 올빼미 공시를 연휴가 끝난 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올빼미 공시는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상단 팝업에 ‘연휴 직전일 공시 재공지’로 게재된다.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상장사들의 ‘꼼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올빼미 공시 기업명단 공개는 기업 경영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제재보다는 계도 중심의 관리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들이 올빼미 공시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내ㆍ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며 “재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