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도 “북한에 계속 공동조사를 요구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따로 수색작업을 벌이다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해군 대령 출신인 문근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선 “비무장 민간인을 총으로 사살한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어떤 변명이 있어도 통하지 않는다. 전시에도 포로는 송환절차에 따라 인도하는 게 일반적이고 인도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물어봐도 응답도 안 하고 숨으려고 하는 자세가 보여서 사살을 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5~6시간 물 위에 노출돼 있으면 말도 못 한다. 기진맥진하다. 일단 구해줘야 정상적인 절차인데 아주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이다. 세계적으로 손가락질받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과 우리 정부의 주장이 판이하다”며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사살한 후 시신은 가라앉고 방역 때문에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입장이고 우리 군은 통신감청을 통해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 교수는 “통신감청은 음어와 암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며 “실시간으로 군이 확인한 것도 아니고 사건이 터진 뒤에 통신감청을 뒤늦게 살펴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박왕자 사건 때도 북한이 총을 쏜 여군을 표창했다”며 “이번 사건도 북한군이 칭찬받을 수 있다고 보고 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동조사를 하는 척하면서 흐지부지할 수도 있다”며 “여야 등 우리끼리 입장을 정리하고 서로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는 너무 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흘리면서 북한에 공동조사를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범철 센터장은 “북한이 갑자기 영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이슈를 민간인 사살사건에서 영해문제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갑자기 서해 NLL 이남 수색작업이 평화 교란 행위인 것처럼 이슈를 전환해 우리 정부의 추가나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계속 수색작업을 하면 이에 반발해 북한이 경비정을 보내는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북한이 수색하는 동향도 보이지 않고 우리 정부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심 센터장은 또 “우리 정부가 너무 빨리 압박 수단을 포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압박하지 못하고 설득도 못 하고 있다”며 “제일 나은 방법은 결국 국제사회에 가기보다는 앞서 남북이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금 상태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현장조사나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5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에서 이번 사건이 통일전선부의 사과문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