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참여형 재건축(공공재건축) 사업이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정부의 도심 주택 공급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접수기한을 한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며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나 반응은 시큰둥하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은 이달 말까지 연장한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접수기한을 다음달 중순까지 한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18일까지 사전컨설팅을 접수한 재건축 단지들을 대상으로 10월 말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를 선정해 연말 사업지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의 참여가 저조하자 접수기한을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공공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접수에 나선 단지는 5곳으로, 강남지역에 위치한 단지들은 한곳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공재건축 시범단지로 거론되고 있는 단지는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 강남구 일원동 일원우성7차, 관악구 신림동 건영1차, 광진구 중곡동 중곡아파트 등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 주민들은 공공재건축 사업장으로 거론되는 것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산시범아파트의 경우 정부가 단지 부지가 시유지라는 점을 이용해 공공재건축을 강요하고 있다며 공공재건축 사업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얘기가 나왔을 때는 재건축에 반대하다 이제와서 공공재건축이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서울시를 믿을 수 없다"며 "재건축을 하더라도 주민들의 의견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산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2018년 8월 용산구에 시유지 매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염두에 두고 한강변 시유지 활용을 검토하며 중산시범아파트의 시유지 매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공공재건축이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단지들도 적지 않다. 앞서 공공재건축 추진 단지 중 하나로 거론됐던 강남구 개포우성 7차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특별한 인센티브도 없는 공공재건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공공재건축 얘기만 나와도 주민들은 화를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재건축 단지로 거론되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토부나 서울시는 해당 단지들은 공공재건축을 해볼 만한 조건을 갖춰 주민들을 상대로 의사 타진에 나선 것으로, 공공재건축 강요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재건축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ㆍ수도권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8·4 대책의 핵심이 공공재건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서울에만 5만 가구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현재 내놓은 유인책으론 공공재건축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임대주택 수용을 상쇄할 만한 규제 완화와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