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산업이 최근 현대자동차 출신의 대표를 추가 선임해 3인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전방 업체 출신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0%대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덕양산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한상욱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 대표이사는 현대차 인도법인 의장부 부서장을 비롯해 북경법인 양진공장 공장장을 지냈다. 이에 따라 덕양산업은 윤성희, 손동인, 한상욱 등 3인의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됐다.
덕양산업은 내장부품(Cockpit Module & Crash Pad, Door Trim 등) 전문 제조업체다. OEM(주문자생산방식) 납품을 주로 하며 현대차의 1차 부품협력업체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창립에 깊이 관여한 고(故) 윤주원 전 회장이 1977년 창립했다. 회사는 1999년 부품 모듈화를 위해 미국의 비스티온 인터내셔널 홀딩스사와 자본제휴 관계를 유지해 오다 2014년 4월 2대 주주였던 창업주의 장남 윤성희 각자 대표가 비스티온의 지분을 인수해 20.0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덕양산업은 탄생부터 성장기까지 현대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수익성에서는 상당히 저조한 모습을 보인다. 회사는 2015년 4월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던 북경모비스중차기차의 지분 및 경영권 인수를 완료해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내기 시작했는데, 최근까지도 영업이익률이 1%를 넘긴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덕양산업은 2016년 최초 1조 원 매출을 넘긴 이래 작년 말 1조3594억 원으로 꾸준하게 외형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20억~40억 원대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0.2~0.4%대에 그친다. 이는 별도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도 마찬가지로, 최근 10년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적은 매출 1조1715억 원에 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8년으로, 그해 영업이익률은 0.67%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로 연결기준 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만 70억 원의 손실을 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한 상태다.
이에 덕양산업은 작년 8월 현대차 출신의 손동인 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손 대표는 현대차에서 해외부품 구매실장과 인도법인 생산공장장 및 구매본부장을 지냈다. 이어 1년여 만에 같은 회사 출신의 한 대표를 추가 영입했다.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한 오너 2세의 불가피한 선택으로도 읽힌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경제여건과 대외변수 속에서도 우리 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직원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임원진을 새로 정비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는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에 따라 회사의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대표 인선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덕양산업은 최근 수익 부진이 재무 안정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3년간 발생한 순손실로 잉여금이 결손금으로 전환했다. 그에 따라 자본총계가 500억 원대로 줄어들면서 올해 상반기 말 현재 부채비율이 820.2%까지 치솟은 상태다. 반면 기업이 보유한 지급능력 또는 신용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유동비율은 2016년 94.9%에서 73.4%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