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사들 사이에 ‘인력 감축’ 태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철강 제품 판매량은 줄어들고,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급등하는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은 우리나라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해 감산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강도 높은 자구책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해 철강업체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7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본사가 있는 룩셈부르크의 인력 57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의 약 15% 규모다.
아르셀로미탈은 올해 초에도 미국 인디애나주 번스하버 공장에서 근무하는 2년 미만 수습직원들을 해고한 바 있다.
아르셀로미탈이 연이어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철강 제품 수요는 줄어든 반면 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예년보다 30~40달러 높은 톤(t)당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막고자 아르셀로미탈은 올해 초 감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억5000만 달러(약 2934억 원)를 기록했다.
경영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르셀로미탈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 카드마저 꺼내든 것이다.
인력 감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회사는 아르셀로미탈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US스틸은 올해 초 오하이오주와 텍사스주에서 일하는 8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프랑스 강관기업인 발로렉도 북미지역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900명을 내쫓았다.
우리나라 철강업체 투톱인 포스코, 현대제철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달 노조와 올해 임금협약에서 고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본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사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감산을 단행했다.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악화한 충남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개편의 일환으로 컬러강판 생산라인 가동 중단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 높은 대책에도 철강업체들이 반등할지 미지수이다. 코로나19가 계속 기승을 부린 탓에 철강 제품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
특히 철강 제품이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8756만 대에서 올해 7000만 대 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20%가량 감소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광석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14일에는 2014년 이후 6년 만에 t당 130달러를 넘었다.
잇따른 조업 차질로 공급은 불안정하지만, 수요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 열기로 상승한 데 따른 영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생산이 재개되는 등 긍정적인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 업체들 실적은 당분간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