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약 47조3000억 원)에 ARM을 인수한다고 공식화했다. 인수 대금은 주식 215억 달러와 현금 120억 달러로 치르며, 매각 완료 후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주식 6.7~8.1%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소프트뱅크는 7월 ARM 매각을 공식화한 후 ARM의 기업공개(IPO)도 검토했지만, 엔비디아가 인수 대가로 거액을 제시하자 방향을 틀었다. 거액에 혹한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또는 새로운 통합회사의 주식 취득을 전제로 협상에 들어갔다. 이 조건이라면 엔비디아는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소프트뱅크는 현금 외에 엔비디아 지분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는 만큼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인 셈이다.
ARM 인수는 손정의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손 회장은 ARM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 구슬”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ARM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이 90%로 독점에 가깝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 320억 달러를 들여 ARM을 사들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설계한 반도체 칩의 출하량은 증가했지만, 사업 확장 투자가 늘어나 2019년 상각전영업이익(EBITA)은 2억7600만 달러로 2016년의 30%에 그쳤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로 현금 조달이 시급해지자 소프트뱅크에게 ARM은 졸지에 계륵 신세가 됐다. 소프트뱅크의 한 임원은 “소프트뱅크 산하 형태로는 ARM의 성장을 100%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4년 만에 약 80억 달러의 차익을 남기고 ARM과 결별하게 됐다.
반면 엔비디아와 ARM의 시너지는 기대해 볼 만하다. ARM을 품에 안은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강화는 물론 데이터센터에도 함께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으로의 진출이 현실화,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GPU 설계·제조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와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의 시장에까지 진출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산하에 두느니 전망이 밝은 데로 보내 성장하게 한 후, 보유 주식을 통해 콩고물을 나눠 먹겠다는 전략인 셈인데, 손 회장이 결국 돈에 무너졌다는 뒷말도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