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오송을 직접 찾아가 정은경 신임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장ㆍ차관을 통틀어 대통령이 수여대상자를 청와대로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임명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파격행보를 보인 것은 초대 청장에 '코로나19 방역 영웅'으로 불리는 정 청장에 대한 신임과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차관급에 해당하는 질병관리청장에게 대통령이 손수 임명장을 주는 '친수'를 실시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차관급은 통상 국무총리가 대통령 대신 전달하는 '전수'로 임명장을 전하는 게 관례다. 정 청장 이전에 문 대통령이 '친수'로 임명장을 준 차관급은 유연상 대통령경호처장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 2명 뿐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청와대로 불러 임명장을 줬다. 임명일(12일) 전에 미리 임명장을 주는 것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질본'이라는 말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애칭"이라며 "세계 모범으로 인정받은 K방역의 영웅 정 본부장이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청와대 밖에서 고위 정무직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에서 격식을 갖추는 것이 더 영예로울지 모르지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했다"며 "무엇보다 질본 여러분들과 함께 수여식을 하는 것이 더 뜻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 승격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큰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한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달라"며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 코로나와 언제까지 함께할지 모르지만 끝까지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민방위 복장으로 참석한 정 신임 청장은 "질병관리청 출범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우리의 존재 이유를 잊지 않겠다. 코로나19의 극복과 감염병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 후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축하패를 권준욱 국립보견연구원장에게 건넸고, 직원 대표에게는 꽃다발을 선물했다.
꽃다발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는 알스트로메리아, '감사'를 상징하는 카네이션, '보호'의 뜻을 담은 산부추꽃 등 세 가지 꽃으로 이뤄졌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 정 청장은 나성웅 질병관리청 차장 내정자 등 동료들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수여식에는 신임 기관장의 가족들이 참석한다.
문 대통령이 오송으로 정 청장을 찾아간 것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여념이 없는 상황을 고려한 배려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로나19 확진자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수가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의결한 바 있다. 승격은 12일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