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11일 HDC 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 결렬을 발표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다. 2014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한 이후 약 6년 만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3일 “매매 시도를 할 때부터 플랜B를 준비했다”라며 “아시아나가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은 현재 8000억 원 상당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36.99%)가 된다.
HDC 현산을 대신할 새 인수자를 찾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공사를 사겠다고 선뜻 나설 기업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항공업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직전인 8월 둘째 주 국내선 이용객은 141만5852명이다.
하지만 8월 넷째 주 국내선 이용객은 64만5748명으로, 약 54% 감소했다. 국제선 운항률은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로 예년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2조4000억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하며 급한 불을 끄고 난 후,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의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시 약정 체결 후 6개월 동안 기존 고용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에는 감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산은은 2016년에도 현대상선(현 HMM) 대주주의 7대 1 무상감자를 요구한 바 있다. 2014년 동부제철의 경우 대주주의 100대 1 차등감자가 진행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 최소 2년이 걸릴 예정”이라며 “여러 악재로 아시아나 새 인수자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대상이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지상조업 업체인 아시아나 에어포트 등 자회사들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후보자가 적어 분리매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 경영을 안정화한 뒤 자회사 처리 등의 방안도 적극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