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에너지전환포럼은 도로이동오염원 중 미세먼지 배출량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경유차의 운행을 줄이는 방안으로 경유 가격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및 유가보조금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휘발유 대비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시나리오를 현재 100대 8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평균 수준(100:93.6) △OECD의 평균을 이해하기 쉽게 조정한 수준(100:95) △생산원가를 고려한 수준(100:100)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수준(100:120) 등 4개로 구분했다.
아울러 시나리오별로 목표 상대가격에 한 번에 도달하는 단일 조정 시나리오와 3개년에 걸쳐 목표 가격에 차례로 도달하는 점진 조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경유차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휘발유의 120% 수준으로 인상하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2016년 대비 최대 7.4% 줄고 경유 세입은 2018년 대비 최대 10조2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이런 추정치를 토대로 늘어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나 친환경 화물차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사용하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초로 국민정책참여단 토론회를 몇 차례 개최해 의견을 모은 후 올해 안에 제안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실 경유세 인상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주장했고 국회예산정책처도 현행 유류 세율을 OECD 세율과 일치시키거나 종량세인 개별소비세에 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과세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검토한다면서도 결론은 못 내고 있다. 기재부는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경유차량은 생계형인 트럭ㆍ승합차가 많고 경유세를 올릴 경우 일반 운전자들의 반발도 우려한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국내 경유차는 995만2673대로 전체 등록 대수의 41.43%에 달한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손실이 큰 정유업계도 경유세 인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의 사업 절반이 등·경유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도 경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내연기관에 대한 투자도 계속 진행하고 있고 경유세가 인상되면 판매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할 거라면 자동차 업계가 정책 변화에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