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달 25일 민간 광대역 무선서비스(CBRS)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다. CBRS는 미국의 군사용 주파수인 3.5GHz를 일반 기업들이 5G 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사업이다.
그간 주파수 부족으로 5G 망을 확대하지 못했던 버라이즌과 AT&T는 주파수 경매 완료를 계기로 5G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 역시 4분기부터 5G에 대규모로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5G 투자 확대 기조에서 혜택을 톡톡히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통신사들이 세계 1위 통신장비사인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삼성전자가 미국 이동통신사에 5G 장비를 나눠서 공급하는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수주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급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의 기술, 보안 검증을 통과했다는 점을 내세워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5G 장비 영토를 넓히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5G 장비 수주 계약을 한 캐나다 이통사 텔러스는 기존에 화웨이 장비를 100% 사용하고 있었으나,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장비 공급사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인도 정부도 5G 투자 시 화웨이, ZTE, 텐센트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대 통신 장비 시장 중 한 곳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두 차례 직접 찾아 5G 사업 현황을 점검하면서 공을 들여온 곳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다.
화웨이는 막대한 자국 5G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미국·유럽이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향후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삼성전자 IM부문(ITㆍ모바일)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이 매출과 수익 면에서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5G 장비 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본격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5G 통신 장비 사업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고 본격적인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에 나서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사업장에 있는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에 5G 장비를 대규모 공급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반성장 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