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다우존스지수위원회(이하 지수위원회)는 이날 엑손모빌과 화이자, 레이시언테크놀로지가 다우지수에서 빠지고 그 빈자리를 세일즈포스닷컴과 암젠, 허니웰인터내셔널이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구성 종목이 바뀐 다우지수는 31일부터 적용된다.
30개 미국 블루칩(우량주)으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지각변동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애플에 있다. 다우지수는 주가 가중 지수다. 애플은 주식 분할로 주가가 이날의 503.67달러에서 120달러로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우지수 변동에 그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애플이 중간 순위로 내려가고 IT 부문이 지수에 차지하는 비중도 약 28%에서 20%로 줄어든다.
이에 지수위원회는 조금이라도 IT 비중을 높이고자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인 세일즈포스를 다우에 포함시켰고 엑손모빌이 그 희생양이 된 것이다.
미국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와 방위산업 대기업인 레이시언도 체면을 구겼지만, 엑손모빌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2004년 지수에 추가됐으며 레이시언은 올해 초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와의 합병으로 편입돼 다우에서의 역사는 일천하다.
그러나 엑손모빌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았으며 다우지수와 역사를 함께 한 기업이다. 엑손은 1870년 존 D.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오일의 후신이며, 다우지수 종목이 12개에서 30개로 확대돼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된 1928년 뉴저지스탠더드오일이라는 사명으로 다우에 합류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18년 퇴출된 이후 다우에서 가장 오래 남은 기업이 바로 엑손이었다.
미국 CBS방송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엑손이 지금과 같은 신세로 전락할 줄은 아마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손은 2000년대 대부분을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군림했다. 가장 최근인 2011년 엑손의 시총은 4000억 달러(약 475조 원)를 넘었다. 그러나 2012년 애플이 추월하고 나서 다른 IT 기업들도 속속 엑손을 뒤로 남기고 치고 올라갔다.
애플은 이달 초 미국 기업 역사상 첫 2조 달러 시총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반면 엑손 시총은 현재 1734억 달러로, 전성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엑손 주가는 약 42달러로, 애플의 12분의 1 수준이다.
엑손의 몰락은 석유산업 쇠퇴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셰일유가 한때 미국 에너지 산업 부활과 성장에 큰 역할을 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둔화했으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소했다. 1980년대 다우에서 에너지 업종 비중은 최대 25%에 이르렀지만, 다음 주 엑손이 퇴출당하면 불과 2%로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