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통신업계 임원들은 정부가 중국산 장비 퇴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를 비롯해 향후 통신설비 투자에서 중국 장비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한 현지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은 끝났다. 이제 분명해졌다”며 “정부는 중국 장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는 중국 업체들의 5G 장비 테스트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리도 FT에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화웨이나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금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인도 정부는 민감한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중국에 대해) 강하게 말하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지만 대형 공공계약과 핵심 인프라에 대해서는 중국이 아닌 기업을 선호한다. 이 메시지는 인도 기업계에 분명히 전해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웨이는 영국과 호주에서 5G 사업에 배제된 것에 이어 인도의 비공식 보이콧까지 당하면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화웨이는 인도 3대 통신장비 공급업체 중 하나로, 그동안 바티에어텔, 보다폰과 국영 BSNL 등 현지 메이저 이통사에 장비를 공급해왔다. 인도는 8억5000만 명 이상 사용자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이동통신 시장이다.
6월 국경 분쟁으로 최소 20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나서 인도에서 반(反)중국 정서가 강해졌다. 인도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틱톡 등 59개 중국 앱을 퇴출시키기도 했다.
한편 중국 IT 전문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인도 5G 시장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 공급업체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삼성이 확고한 입지를 굳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즈모는 “삼성이 화웨이와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4위 5G 통신장비 공급업체”라며 “또 4G LTE용 통신장비를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에 제공하고 있어서 양사의 파트너십이 5G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릴라이언스지오는 아시아 최고 부자 무케시 암바니가 이끌고 있으며 전폭적인 투자로 인도 4G 시장을 석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