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우유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학교의 등교 연기가 현실화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우유급식 중단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묶음 할인ㆍ사업 다각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부진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급식 시장 규모는 1500억~1600억 원 수준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이 50%대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 남양유업이 20~30%대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세우유, 매일유업, 푸르밀, 빙그레 등이 뒤를 잇는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거론되면서 우유업계에 가해지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지역 등교가 축소된 데다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우유 재고량이 그만큼 늘어나 업계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미 올 상반기 ‘우유대란’을 경험한 바 있다. 통상 우유급식 시장 성수기는 3월인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던 만큼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 1~2위 기업의 경우 매출에서 우유급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아 특히 매출 부진을 겪었다. 서울우유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우유급식 비중이 지난해 10~2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8~9%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남양유업 역시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어 올해 기준 4~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올해 1~4월엔 우유급식 부분 매출액이 0원이었다”면서 “5~6월까지 실적을 합산해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이마저도 중단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우유는 거의 초등학교 위주로 들어가는데 현재 분위기로 볼 때 2학기도 공급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원유 수급은 이미 경고등이 떴다. 낙농진흥회가 매월 발간하는 ‘원유 수급 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7~8월 원유 수급은 ‘주의 단계’다. 올해 상반기 원유 잉여율은 11.8%로 작년 10.4%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올해 월별 원유잉여량을 보면, 1~5월 각각 782톤/일, 737톤/일, 662톤/일, 670톤/일, 649톤/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대부분 올랐다. 작년 올해 1~6월 누적 원유 잉여량은 하루 65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128톤) 증가했다. 남아도는 원유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남는 우유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살균유, 멸균유로 재고떨이’가 안 되면 원유는 영유아용ㆍ전지ㆍ탈지 분유로 분말화된다. 유통기한을 최대 1년 6개월까지 늘려 보관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으로 신생아 수가 줄면서 분유 수요마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일단 재고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를 감수하며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생산된 원유는 무조건 받는 것으로 계약돼 있기 때문에 남는 우유를 소진해야 하는데 가격을 낮춰 유통업체 행사를 하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분유로 만들기는 하지만 가공비용, 보관비용이 들어 이래저래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이에 따라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달고나 우유ㆍ흑임자 우유와 같은 가공우유나, 강릉커피, ‘서울우유 아이스크림’처럼 흰 우유 아닌 다른 부문에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서 “하반기에도 추가로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면서 우유 소비 침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이유식, 성인식 등 미래 성장 먹거리를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