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의료 장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의료 장비 수입에서 중국 의존도가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 무역통계를 인용해, 글로벌 개인보호장비(PPE) 수입 중 중국의 비중이 1월 평균 58%에서 5월 83%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은 의료용 마스크와 가운, 보호복, 고글 등 4개 품목이다.
의료용 마스크의 글로벌 무역 규모는 1월 9억 달러(약 1조698억 원)에서 5월 92억 달러로 5개월 만에 10배가량 급증했다. 일본의 경우, 5월 의료용 마스크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96%에 달해 1월보다 16%포인트 늘었다.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92%로 20%포인트 늘었고, 유럽연합(EU)은 93%로 45%포인트나 높아졌다.
EU의 의료용 가운 수입에서 대중국 의존도는 5월 들어 80%를 넘었다. 이는 40% 수준이었던 1월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EU의 보호복과 고글 수입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70%에 달해 높은 의존도를 나타냈다.
이는 급증한 세계 수요에 중국이 수출 확대로 대응한 영향이다. 중국은 지난 1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중요 의료 장비 생산 규모를 늘렸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중국 내 PPE 생산업체는 4곳뿐이었지만 6월에는 51곳으로 늘었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와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비축량과 수출량이 급증했다.
미국 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PPE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전문가 사이에서 관세로 인해 의료품 수입에 차질이 빚어져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4월부터 슬그머니 관세를 해제하며 대중국 의존도를 높였다.
하지만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의 생명줄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 같은 자원을 외교적 무기로 활용해왔던 것처럼 의료 장비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우려다.
각국 정부는 자체 생산과 조달처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월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미국 3M에 N95 규격 마스크 증산을 명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필요한 의약품과 보호장비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일본 역시 국내 기업인 테이진과 도레이 등에 의료용 가운 증산을 요구하는 등 의료 장비 자체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조달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아 당장 줄이기는 어려운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있어 신규 시설 투자에 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