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편투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1 야당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증이 예상되는 우편투표를 위한 거액의 예산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은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우편투표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법안은 연방우체국이 필요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을 제공하고 경영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일시적으로 보류하자는 내용이다. 11월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느라 우편투표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처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목적이다.
이날 하원 표결에 앞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유권자의 감정이 중요하다”며 “우편투표가 예정대로 도착하지 않으면 영향이 크다”며 공화당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여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원내 대표는 성명에서 “상원에서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편투표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견해도 있는 만큼, 우편투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고 우편투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22일에도 그는 트위터에 “연방우체국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불필요한 자금 제공은 또 정치 목적인 민주당의 사기”라고 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을 기부한 연방우체국의 루이 드조이 국장이 우편물을 분류하는 기계 등의 삭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편투표에 반대하는 대통령을 돕기 위한 방해 수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22일 미국 각지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이 가운데 워싱턴D.C. 중심부에는 약 8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우편에 대한 공격을 중지시키자”, “우체국을 지키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18세 여성은 “줄곧 기다려온 인생 첫 투표인데, 그들이 투표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런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드조이 국장은 일련의 정책은 우체국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며, 투표 방해 의도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24일 하원 청문회에 드조이를 불러 강도 높게 추궁하겠다고 벼르는 등 우편투표를 둘러싼 정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