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잭슨홀미팅’...파월 입에 쏠리는 눈

입력 2020-08-23 14:33 수정 2020-08-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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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준 의장과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가 2019년 8월 잭슨홀 미팅이 열린 산장 밖을 거닐며 대화하고 있다. 잭슨홀/AP연합뉴스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준 의장과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가 2019년 8월 잭슨홀 미팅이 열린 산장 밖을 거닐며 대화하고 있다. 잭슨홀/AP연합뉴스
이번 주 글로벌 시장의 시선은 ‘잭슨홀 미팅’에 쏠릴 전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금융정책을 논의하는 국제경제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이 27~28일(현지시간)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올해 심포지엄 명칭은 잭슨홀 미팅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리조트에 모이는 대신 온라인으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장 관계자들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심포지엄 첫날인 27일 연설에서 제로(0)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982년부터 매년 그랜드티턴국립공원 내 잭슨레이크랏지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은 중앙은행 수장들이 금융정책을 전환하는 신호를 보내거나 경제를 전망하는 자리로, 세계 시장 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행사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의제를 ‘향후 10년간의 지침-금융정책에 대한 시사’로 잡았다. 지금까지 심포지엄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올해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도 공개된다.

파월 의장은 첫날에 ‘금융정책의 틀 재점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연준은 19일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제로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것임을 공약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할 생각을 나타냈다. 9월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도입이 확실시되는 만큼, 시장은 파월 의장이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FOMC는 2011년에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 제로금리를 2년간 유지할 것이라고 성명에 명기한 적 있다. 이번 도입은 코로나19로 경기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서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고 공약, 기업과 투자자에게 안도감을 줄 목적이다. 저금리가 지속된다고 확신하면 민간은 자금 조달이 한층 쉬워진다.

관건은 언제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약하느냐다. 연준 내에서는 물가와 실업률에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보류한다고 명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정했지만, 이 수치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5년 12월 제로금리를 해제했을 때의 물가 상승률은 불과 0.4%였다.

현 체제는 2022년 말 시점 물가 상승률을 1.7%로 보고 있어서 제로금리 정책이 적어도 2023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연준에서 한동안 도입을 검토했던 ‘수익률 곡선 제어(YCC)’는 논의가 수그러들었다. 일본은행(BoJ)처럼 장기금리에 유도 목표를 만들자는 발상이지만,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로도 중장기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6월 FOMC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연준은 2차 세계 대전 때 YCC를 도입, 장기금리의 상한 목표를 2.5%로 설정하고 대량의 국채 매입으로 연방정부의 전쟁비용 조달을 지원했다. 하지만 전후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YCC는 종료하지 못했고, 1951년에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9%대로 뛰었다. 현 집행부는 “(YCC는) 정부채무의 대량 구매를 요구당해 금융정책의 목적과 국채관리 정책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이번 잭슨홀 미팅이 아쉬운 건 온라인으로 개최돼 무대 밖에서 자연스러운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년 같으면 행사가 열리는 산장 로비에 중앙은행 수장과 학계 관계자, 취재진이 모여 부담 없이 대화하는 친밀한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눌 소중한 기회가 박탈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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