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수사 대상 기업과 유착해 금품을 받고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환경부 공무원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20일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 환경부 서기관 최모(45)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제조업체 직원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통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환경부 내부 동향을 유출했다"며 "이를 받은 직원은 회사 현안 회의에 보고했고 검찰 수사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이자 중요 자료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살균제로 야기된 사회적 충격을 볼 때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하고 추가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엄중한 제재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는 점에서 최 씨의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2017년 4월 18일~2019년 1월 31일까지 애경산업 직원에게 235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그 대가로 환경부의 내부보고서, 논의 진행 상황,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관부서와 주요 일정·동향 등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애경산업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메신저를 이용해 애경산업 직원에게 "휴대폰이나 컴퓨터 자료를 미리 정리하라", "별도의 장비를 사용해서 반복 삭제해야 한다"고 조언한 혐의도 있다.
애경산업 직원은 최 씨로부터 조언을 받고 회사 캐비닛과 책상에 보관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파쇄하고 법무팀 컴퓨터에 있던 파일도 검색한 뒤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환경부가 공정하게 자신들을 구제해줄 것이라던 피해자들의 믿음이 무너졌고, 국정감사에서 애경의 질의자료는 환경부가 검찰에 제공할 자료로 비밀 보호의 가치도 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