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한혁(43) 씨의 바람이다. 그는 은행 앱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할 곳, 송금 버튼의 위치 등이 달라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한 가지 은행 이상 이용하기 힘들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앱은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가 천차만별이다. 송금 버튼의 위치와 입력해야 할 계좌번호 칸의 위치, 보낼 금액을 입력해야 할 위치가 은행마다 달랐다. 위치를 기억해 사용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이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과제다. 국민은행의 ‘리브’,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와 농협은행의 ‘NH뱅킹’ 등은 화면 중간에 이체 버튼이 있다. 반면, 신한은행의 ‘신한 쏠’은 오른쪽에,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은 왼쪽에 위치해 있다.
송금 과정도 다르다. 상대방에게 송금할 때 리브 앱에서는 송금 버튼을 누른 뒤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창이 따로 뜬다. 반면, 하나원큐, NH뱅킹, 신한 쏠, 우리원뱅킹은 계좌번호와 송금 금액을 입력하는 창이 한곳에 있다. 각 버튼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야 제한된 시간 안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은행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시각장애인에게 2개 이상의 은행 앱을 외워 사용하는 것은 난제다. 은행들은 이들을 위해 채팅 상담 서비스나 점자로 불만을 받는 등 여러 소통 채널을 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모바일뱅킹에서 어려움을 겪은 후에나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사전적 대안으로 꼽히지 못한다.
또 하나의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년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노년층을 위해 여러 서비스를 내놨다. KB국민은행은 ‘골든라이프 뱅킹’으로 기존보다 큰 글씨를 지원하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유튜브를 통해 앱 가입 법, 송금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실효성은 떨어진다. 골든라이프를 실행하려면 KB스타뱅킹 앱을 내려받은 후 전체 메뉴, 금융서비스, 골든라이프, 큰글씨뱅킹 등 4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노인의 경우 디지털 접근이 힘든데 온라인 영상 접근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안으로 모바일뱅킹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은 여전히 은행 점포를 찾고 있다. 누군가는 방 안에서 5분 안에 은행 업무를 처리할 때 이들은 멀리 있는 영업점을 직접 찾아 대기표를 뽑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모바일은 성능이 한정돼 있어서 기능을 넣기가 쉽지 않으나 장애인을 위해 앱을 쓰기 편하게 만드는 건 맞다”며 “노인의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