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바이든을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날부터 나흘간 화상으로 열리게 됐다.
피날레를 장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바로 앞인 황금시간대 연설에 나선 샌더스는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없는 무관중 연설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비장한 어조로 바이든에 대한 유권자들의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우리가 이뤄왔던 모든 진전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제 친구 여러분과 이번 경선에서 다른 후보자를 지지한 모든 분,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분들에게 말씀 드린다. 우리 민주주의와 경제의 미래가 위태롭다. 우리 지구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어 “우리는 함께 모여 트럼프를 물리치고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다음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내 친구들이여, 실패의 대가는 너무 커서 상상하기 어렵다”고 열정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다.
샌더스는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을 역사상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인 로마 황제 ‘네로’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과학을 거부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트럼프는 의료진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마스크와 보호복, 장갑을 생산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전염병에서 우리를 보호하려는 의사와 과학자들을 공격했다. 로마가 불타오르는 동안 네로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트럼프는 골프를 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연설은 4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때의 30분보다 훨씬 짧았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샌더스는 2016년에는 마지못해 클린턴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한다는 티를 팍팍 냈다. 그는 당시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노골적으로 클린턴 편을 들었다며 비난해왔고 이에 전당대회까지 불편한 공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샌더스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보존하기 위해 진보와 온건파, 그리고 보수파와도 협력할 것”이라면서 바이든이 내건 정책에 자신이 제시한 공약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4년 전 클린턴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로 자신의 지지층이 이탈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일찌감치 4월 경선 레이스에서 물러나면서 신속하게 바이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