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업체 두 곳이 지난해부터 총 100명 이상의 TSMC 베테랑 엔지니어와 관리자를 고용했다고 12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이하 닛케이)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기업은 취안신집적회로(QXIC)와 우한훙신반도체(HSMC)다. 이들은 다양한 자회사와 관계 기업을 거느리고 있지만 업계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배자 중 하나인 TSMC 출신 임원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각각 50명 이상을 스카웃했다. 또 이들은 TSMC보다 2~3세대 뒤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가장 최첨단인 14나노미터(nm·10억 분의 1m)와 12나노 칩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SMC가 2017년, QXIC는 2019년 각각 설립됐다.
한 소식통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는 인재 확보에 나선 중국 반도체업체의 가장 주목받는 표적”이라며 “HSMC는 인재들에게 TSMC의 연봉과 상여금의 2배에서 2.5배에 달하는 놀라운 금액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TSMC 측은 닛케이에 “중국의 행동이 아직 세계 1위라는 우리의 위치를 흔들지 않고 있지만 인재 유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TSMC는 자사의 핵심 영업비밀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어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들에도 절대 TSMC를 위해 생산한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새롭게 받았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두 업체는 인재 유출의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업계가 지금까지 중국에 빼앗긴 인재는 3000명이 넘는다. 한 대만 업계 관계자는 “대만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 정부는 인재를 유지할 좋은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정부 보조금, 파격적인 대우 등으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충분한 인센티브와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충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 고조 속에 수년 전부터 잇따라 반도체산업 진흥책을 내놓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와 내년 반도체 장비 지출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1위 파운드리인 SMIC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두 차례나 상향 조정해 현재 그 목표는 67억 달러(약 7조95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또 SMIC는 베이징의 국가급 경제기술발전구에 76억 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 기업에서 최고의 인재를 빼돌린다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가트너의 로저 성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동시에 펼쳐서 여전히 인재가 극도로 부족한 상태이며 이는 개발에 병목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또 외부 리더를 수혈하더라도 갑자기 첨단 반도체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