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보건복지부와 국방부는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을 전제로 19억5000달러(약 2조3341억 원)에 1억 회 투여분을 인도받기로 계약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백신이 배포되기 전까지는 계약금을 내지 않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백신 가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1회 투여에 19.50달러, 2회 투여는 39달러로 추정한다. 백신이 3상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곧바로 미 전역으로 공급된다. 백신이 배포되면 미국 국민은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계약에 따라 미국 정부는 향후 최대 5억 회 투여분을 추가로 인도받을 수 있다. 추가 공급에 들어가는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미국 정부의 ‘워프 스피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워프 스피드 프로젝트란 제약사의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성공 가능성이 큰 백신을 생산 전 미리 사들이는 정책이다. 미국 정부는 5월에 이미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 달러 규모의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백신 3억 회 투여분 공급 계약을 맺었다. 7일에는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에 16억 달러를 지원해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대신 연말까지 백신 1억 회 투여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제약회사 모더나와 존슨앤존슨, 리제네론 등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다만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맺은 이번 계약은 연구 개발 비용이 아닌 백신 확보를 위한 계약이다. 존 영 화이자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우리는 코로나19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전 세계는 많은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제약회사는 이번 달 안에 3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화이자는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10월에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올 연말까지 1억 개, 내년 말까지 13억 개의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나라도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긴 마찬가지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독일 제약회사 큐어백의 지분 23%를 3억 유로(약 4155억7000만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3월 미국이 큐어백의 백신 독점권을 갖기 위해 인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일자 독일 정부가 먼저 나선 것이다. 영국은 프랑스 바이오업체 발네바와 백신 6000만 회 투여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백신 3000만 회 공급 계약을 맺으며 백신 물량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