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링크에 투자했던 FI(재무적 투자자)들이 줄줄이 액시트(차익시현)에 나섰다. 코로나 진단키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상 최대실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버행ㆍ경영권 약화 우려가 주가 상승 폭을 제한하는 모양새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하 에이티넘)은 지난 5월부터 보유하고 있던 디엔에이링크 주식을 본격적으로 장내매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두 달간 시장에 내다 판 주식은 모두 100만 주로, 연초 보유 수량 대비 55% 수준이다.
이 조합이 디엔에이링크에 최초로 투자한 것은 5년 전인 2015년 7월이다. 당시 에이티넘은 디엔에이링크 3회차 CB 발행에 참여해 100억 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11월 전환청구권 행사로 디엔에이링크 주식 220만여 주(지분율 20.76%)를 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단순투자목적으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1만9415원이었나, 조정을 거쳐 2017년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당시에는 4485원이 됐다.
첫 투자금 회수는 2018년 1월로, 당시에는 40만 주를 장내매도 했다. 이후 2년 넘게 보유하고 있다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장내매도에 나섰다. 이날 기준으로 총 매각 주식 수는 140만 주이며, 매도단가는 6502원이다. 매각 금액은 약 91억 원이다.
문제는 에이티넘이 아직도 디엔에이링크 주식 약 82만 주를 보유하고 있어 오버행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이 날 종가(7240원) 기준으로 59억 원 규모다. 이 종목의 이달 일평균 거래량은 45만여 주로, 소화하기 힘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주가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에이티넘이 10만 주 이상을 장내매도한 3거래일 중 2거래일은 주가가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70억 원 규모 8회차 CB 역시 전환권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3월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한 이후 약 49억 원 상당 CB에 대해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해당 CB 전환가액은 3504원으로, 이날 종가와 비교하면 48.89% 수준이다.
이는 디엔에이링크가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을 시작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관련 식약처 승인을 받으며 올초 3825원이던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들어 공시한 계약 체결만 183억 원 상당으로, 지난해 매출액 155억 원을 이미 넘어 섰다. 이중 135억 원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건이다.
회사 입장에서 사업 순항에도 불구하고 낮은 경영권 지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이티넘의 지분 매도로 최대주주가 된 이종은 대표는 디엔에이링크 창업주로, 지분율은 5.27% 수준이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합쳐도 7.81%에 불과하다.
현재 5% 이상 주요주주가 없기 때문에 경영권 변동 우려가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분투자를 통한 자금조달 등에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현재 이 대표가 보유한 주식 대부분(4.83%)은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다.
이 대표 지분율이 낮은 이유는 앞서 모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가 불법적인 반대매매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현재 코로나 진단키트 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나 지분 확대 등은 필요하면 그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