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화웨이를 차세대 이동통신 5G 사업에서 배제할 경우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 등 유럽 메이저 통신장비업체에 보복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로 보내지 못하게 하는 수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는 유럽 국가들이 중국 공급업체의 5G망 진출을 금지할 경우에만 사용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EU에서 이탈한 영국은 지난주 자국 통신업체들에 연내 화웨이 5G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2027년 말까지 통신망에서 화웨이 5G 제품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서신을 영국 측에 보냈다.
EU는 아직 화웨이 제품을 금지하지 않지만 1월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화웨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사이버보안 권고안을 발표했다. EU는 조만간 권고안과 관련해 회원국들이 구체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9월까지는 화웨이를 5G 네트워크에서 배제할지 결정을 유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키아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해 중화권에 공장 1곳과 약 1만6000명의 직원이 있으며 직원 대부분은 연구·개발(R&D)에 종사하고 있다. 에릭슨은 중국에 공장과 R&D 시설이 있으며 약 1만4000명 직원이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이 자기 발등을 찍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 업체 APCO월드와이드의 짐 맥그리거 중화권 회장은 “중국이 실제로 보복에 나서면 이에 놀란 외국 기술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게 돼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업들은 이미 지정학적 전투에 휩싸이는 것에 매우 긴장하고 있어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호하고자 제조 현장과 공급망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는 이미 몇 주 전 중국 당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제보를 받고 공급망 재점검을 의뢰하는 한편 공장 이전을 위한 비상계획까지 수립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에릭슨도 아시아나 유럽, 북미 등 다른 곳으로 공장을 이전, 중국 조치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