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흔히 '강남4구'에 마지막 4번째로 편입된 강동구의 집값이 최근 무섭게 오르고 있다.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기존 강남권이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에 묶여 매물이 잠기면서, 정주 여건이 좋고 개발 호재가 있는 강동지역 쪽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12% 올랐다. 7‧10 대책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전주보다 0.02%포인트(p) 빠졌다.
하지만 강동구 아파트값은 0.32% 급등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와 '고덕 그라시움' 등 신축 대단지 아파트들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와 함께 일주일 새 시세가 500만~2500만 원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88㎡형은 최근 14억8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13억5000만 원, 지난달 30일 거래)보다 1억3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6‧17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초에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2억5000만 원에 팔린 바 있다. 대책 전후로 한 달 만에 2억3000만 원이 치솟은 것이다.
실제 강동구 아파트값은 6월 19일~7월 17일 동안 1.14%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덕공 K공인 관계자는 “기존 강남권에 매물이 없고 가격이 너무 오르다보니, 학군도 좋으면서 지하철 9호선 개발 호재도 있는 이 동네로 많이 들어오려는 수요가 많은데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강동구는 매매값뿐 만 아니라 전셋값도 강세다. 지난주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랐다. 그런데 강동구는 같은 기간 0.45% 뛰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강일동 '강일리버파크3단지', 둔촌동 '둔촌푸르지오' 등에서 전세금이 일주일 새 500만~2500만 원 올랐다.
'고덕 아이파크' 전용 114.98㎡형은 최근 8억2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 5월까지 7억5000만 원 수준이던 동일 평형 전셋집 실거래가는 지난달 말 8억 원대로 오른 바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내 정주여건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 가치가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전세시장은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