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주한 미군 감축 문제 놓고 비용 절감 등 대안을 마련하라고 백악관에 제시했다. 한국 주둔 미군 비용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정부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지난 3월 한국이 현재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50% 인상안인 13억 달러를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한 미군 감축 관련, WSJ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항상 검토하는 일로 주한 미군도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2만8500명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축 규모와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부연했다. 미 국방부의 일상적인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주한 미군 재배치도 검토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에 무임승차해선 안 된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독일이 충분한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독일 주둔 미군을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9500명 줄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등도 언급했다.
트럼프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 방침은 소속 정당 의원들로부터도 즉각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공화당 소속 벤 사세 상원의원은 이 같은 방침을 두고 “전략적 무능”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복지 차원에서 한국에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인 보호를 위해 군대와 물자를 배치하고 있다”면서 “우리 목표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북한 정권이 까불기 전에 생각을 하도록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 의원들은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 약화로 러시아가 득을 볼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또 한국에서의 미군 감축은 북한의 승리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군이 한국을 떠나도록 줄기차게 압박해왔다. 실제 2018년 이후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 추진 일환으로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수차례 취소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기지 폐쇄와 핵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되돌린 상태다.
미 의회는 지난해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마음대로 줄이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다. 의회는 지난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행정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2020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막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미국이 주한 미국 감축 검토하면서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작 예정인 일본도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