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뤄진 이재용ㆍ정의선의 이른바 '배터리 정상회담'이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차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두 총수의 만남은 오는 21일께 이 부회장이 직접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를 답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먼저 방문했던 만큼, 이번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남양연구소를 찾는다는 시나리오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6월과 7월에 각각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배터리 회담’을 이어갔다.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강한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형국이다.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은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배터리 물량 부족에 따른 '배터리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 중이다. 최근 전기차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얼라이언스'(동맹)를 강화해 배터리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재계 전반에 이어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14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에서 “2025년에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목표와 전략을 공언한 만큼 차세대 배터리 확보 경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2차 회동은 1차와 궤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3위를 목표로 하는 현대차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인 LG화학이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SK그룹과는 배터리와 함께 소재, 나아가 5G(5세대 이동통신) 영역까지 협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시점에서 삼성 역시 배터리를 기본으로 전장 부분까지 현대차그룹과 협력관계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5년 내 전기차 100만 대”를 공언한 만큼, 사실상 삼성과 LG, SK 모두 서플라이어(공급처)들이다. 이들 모두 현대차를 통해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한편, 기술개발과 단가인하 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공급처로서 지위와 당위성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서 천안(삼성SDI) 회동 때부터 그룹 안팎에서 답방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 바 있었다”라며 “구체적인 일정과 논의 내용 등은 현재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