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최근 꾸준히 회복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지만, 중국도 이번에 받은 타격이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크고 당국은 부양을 위한 지출을 억제하고 있어서 세계 경제에 12년 전만큼 도움이 되지는 못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원자재 등에서 중국의 수요 급증이 세계 경제 전체 성장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왕성한 중국 수요에 힘입어 브라질이나 독일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며 호주는 경기침체를 면할 수 있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충격이 워낙 막대해 다른 나라를 구하기 위한 중국의 능력이 제한됐으며 일부 산업은 이전보다 자급자족 태세를 강화, 수입 수요도 예전만 못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독일 남부에 위치한 팬·모터 제조업체 이비엠팝스트(ebm-papst)그룹의 토마스 뉘른베르게르 중화권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병원과 데이터센터에서의 수요는 회복됐지만 현지 자동차 업계와 제조업 수출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급감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기업의 경계감이 성장을 억제해 V자형 회복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기계공업연맹의 틸로 브로트만 회장은 “올해 중국이 2008~09년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많은 중국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올해 주요국 중에서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6.8% 감소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플러스(+) 1%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성장률이 최소 마이너스(-) 5%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조금이라도 성장하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두 수입이 1단계 무역합의에서 약속된 금액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더라도 미국 농민에게 도움이 된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이 확산하자 아일랜드는 올해 1~4월 중국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이 전년보다 80% 급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올해 중국의 수요가 금융위기 당시만큼 왕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당시 GDP의 13%에 달하는 5860억 달러(약 703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부양책에 힘입어 대출도 급증하면서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이끌었다. 그 결과 중국은 2008년 9.7%, 그다음 해 9.4%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부양책 대부분이 도로와 공항, 주택 등 인프라에 투입되면서 철광석 수입이 급증해 최대 수혜를 본 호주 경제도 2008년에 3.7%, 2009년 1.9%로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호주 광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중국으로의 철광석 공급 계약은 전년 동기 수준을 웃돌고 있다. 수요가 코로나19 타격이 큰 브라질에서 호주로 이동하는 것이 주원인이다.
그러나 중국의 수요 증가는 올해 호주가 약 30년 만의 경기침체를 피하는데 필요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또 중국 정부는 부채 우려로 경기부양책을 통한 성장 촉진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올해 중국 재정적 부양책 규모는 GDP의 4.6%에 이를 전망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크리스틴 옹 동아시아연구소 객원교수는 “모든 정부 예산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GDP의 7%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이 비율은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낮다.
여기에 중국의 국산화와 자급자족 노력도 세계 경제성장 엔진 기대가 퇴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지난 5월 굴삭기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8% 급증하다. 그러나 이는 싼이중공업 등 중국 업체 판매량이 76% 증가한 영향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캐터필러와 일본 고마쓰 등 해외 업체에서의 구입은 3% 증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