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굳건한 ‘넘버2’ SK하이닉스가 예전 같지 않은 위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플랫폼ㆍ바이오ㆍ2차전지 업종 대표주들이 속도를 내며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시총 3위로 내려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적 측면에서 경쟁자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어 시총 2위 자리를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60조4242억 원으로 3위인 네이버(48조7862억 원)와의 시총 격차는 11조63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37조7673억 원이던 시총 격차가 3분의 1 아래로 줄어든 셈이다.
최근 SK하이닉스를 가장 바짝 뒤쫓은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지난달 15일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시총 격차는 6조2349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이후 시총 2ㆍ3위의 거리가 가장 좁혀진 순간이다. 지난해까지도 시총 3위보다 두 배 큰 몸집을 자랑하던 SK하이닉스가 최근 10~20% 수준의 차이만 벌려놓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증권가에서는 ‘2등주 징크스’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징크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2위에 오른 종목은 5년 이상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1999년 시총 2위가 된 SK텔레콤, 2007년 포스코, 2011년 현대차가 이러한 경우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11월 처음 시총 2위를 경험한 뒤로 현대차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2017년 상반기부터 확고한 시총 2위 자리를 지켜왔다. 내년이면 2등주 5년 차에 접어드는 셈이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반도체가 올해 하반기까지 나쁘지 않을 것이나, 내년 이후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생각한다”며 “내년 시총 2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데, 바이오ㆍ인터넷이 강력한 후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시총을 넘어서려면 실적도 능가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현재 증권사가 예측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는 경쟁사들을 월등히 앞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연간 순이익(지배주주 귀속)은 2020년 4조7273억 원, 2021년 8조1075억 원, 2022년 9조3522억 원이다. 이 기간 네이버의 연간 순이익은 1조 원 수준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이 되어서야 순이익(별도 기준)이 5000억 원을 넘어선다. 그나마 시총 9위인 현대차의 순이익이 2021~2022년 4조 원대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과 비교할만한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2007년 포스코, 2011년 현대차, 2016년 SK하이닉스 등 당시 새로운 시총 2위 기업들은 기존 시총 2위 기업의 순이익을 넘어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코스피 내 시총 3~20위까지 순이익 추정치 기준으로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기업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주식시장이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건 맞지만, 실제 이익 수준을 무시하지도 않는다”며 “코스피 시총 2위 변화는 결국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을 넘어설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