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원유 생산자 동맹은 8월부터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 규모를 200만 배럴 축소, 하루 770만 배럴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OPEC+가 오는 15일 화상 회의에서 이들의 현재와 미래 생산량 규모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사우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맹국은 감산 완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러한 결정은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OPEC+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유 수요 위축 및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5~6월 두 달 동안 원유 생산량을 하루 970만 배럴 줄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에 합의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이러한 조치를 이달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은 원유 수요의 낙관적 전망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궤도를 변경할 방침이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놓은 진단과도 궤를 같이한다. IEA는 전날 발표한 월간 원유시장보고서에서 “많은 국가에서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서 2분기 석유 수요의 감소 폭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전 세계 석유 수요에 미치는 최악의 타격은 이미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지난달 전망치보다 40만 배럴 상향 조정한 하루 9210만 배럴로 제시했다.
그간 글로벌 최대 산유국들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유가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런던 ICE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연초 이후 31% 하락한 배럴당 43.2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4월 한때 마이너스권까지 추락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배럴당 4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요 회복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각국에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각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바이러스가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다. CNBC방송은 이날 미국의 남서부 및 남동부 등 선벨트(Sunbelt) 지역을 중심으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 시신을 보관할 냉동 트럭까지 다시 등장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봉쇄를 다시 강화하거나 경제 재개를 늦추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원유 수요가 다시금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OPEC+가 감산을 완화하면 유가가 다시 요동칠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