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車 산업, '안정적 공급망'ㆍ'점유형 모빌리티' 중요성 커진다

입력 2020-07-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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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ㆍ장기 렌트ㆍ라스트마일 수요↑…산업 수요 회복세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회복 어려워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고, 구독 서비스 등 ‘점유형 모빌리티’의 이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지난해 수준의 판매 수요가 회복되려면 최대 3년이 걸린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이보성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10일 경기 용인 AMG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차 산업이 겪게 될 변화와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2월 10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며 가동을 중단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한산한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 2월 10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며 가동을 중단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의 한산한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부품 공급 '효율성'만큼 '안정성' 중요=먼저, 차 업계는 공급 측면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는 부품을 특정 업체에 집중적으로 발주해 효율성을 추구했다. 가장 낮은 가격에 많은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야 원가 절감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러한 집중 발주식 공급망의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생산을 중국 3개 업체에 전담시킨 차 업계가 코로나19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국내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 사태까지 겪은 점이 대표적 사례다.

이 소장은 자동차 업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 공급망의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고려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각각의 생산 권역에서 부품 공급을 모두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토록 모든 공급망을 가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토요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급망 관리 범위를 10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했다. 기존에 약 430개에 달하는 1차 협력사까지만 직접 관리한 것과 달리, 신속한 대응을 위해 관리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다.

또한, 공급망이 붕괴되면 빠른 복원이 가능하도록 부품을 표준화하거나 대체 공급업체를 평소에 확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현대차가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개방형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서비스 ‘ZET’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관광객들이 현대차가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개방형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서비스 ‘ZET’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비접촉' 문화 확산…'점유형 모빌리티' 뜬다=수요 측면에서는 공유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감염 우려가 커지며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나면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시 대중교통 수요는 34% 감소했고, 미국 ‘우버’의 카헤일링 서비스 이용자는 70%나 급감했다. 우버의 카풀 서비스는 아예 중단된 상태다.

그 대신 혼자서 이용할 수 있고 위생 관리도 쉬운 ‘점유형 모빌리티’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간 이상 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나 리스, 렌탈이 그 예시다.

자전거나 킥보드 등 ‘라스트마일(Last Mile)’ 역시 대중교통 이용 수요를 일부 흡수하며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라스트마일은 ‘마지막 1마일(약 1.6㎞)을 위한 이동수단’이란 뜻으로 짧은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개인 전동형 모빌리티를 의미한다.

이보성 소장은 “모빌리티 서비스는 구독이나 장기 렌트카처럼 일시 점유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고,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로 화물이 움직이는 모빌리티 서비스도 상당히 활성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의 산업수요 영향 비교  (출처=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의 산업수요 영향 비교 (출처=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선진국ㆍ신흥국 모두 침체…회복까지 약 3년 걸려=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동차 판매는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뒤 최근 회복세에 있지만,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23년께에나 지난해 수준의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는 지난해보다 20%대 감소한 7000만대 초반으로 예측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산업 수요 감소 폭보다 두 배 이상 큰 수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자동차 수요는 2007년 대비 8.8% 감소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의 수요 감소 여파가 더 큰 데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시에 침체를 겪는 상황이 영향을 줬다.

2008년 당시에는 선진국의 산업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신흥국은 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와 아세안, 중동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늘며 전체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

반면, 올해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를 겪으며 산업 수요의 대규모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산업 수요가 선진국은 전년 대비 800만 대 이상, 신흥국은 600만 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내수 판매는 국내 경기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좋은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소폭 감소하며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소장은 "금융위기 당시에는 신흥국 상황이 괜찮았지만, 지금은 모두 좋지 않아 완충이 어려운 상태"라며 "또한, 지금은 차 생산을 못 하는 공급 측면의 위기와 차가 팔리지 않는 수요 측면의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는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였는데, 지금은 차 산업 전체가 대전환기에 들어와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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