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대급 세금 폭탄으로 다주택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중과 세율이 최고 6%로 오른 것을 비롯해 양도소득세, 취득세 모두 일제히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무거워진 만큼 당분간 수요 둔화에 따른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다주택자들의 종부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선 다주택자의 종부세 중과 세율이 최고 6%까지 높아졌다.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경우 과세표준 구간별로 1.2~6.0% 세율이 적용된다. 현행 종부세율은 0.5%~3.2%로 기존 세율 대비 약 2배 가량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12·16 대책 때 제시했던 4.0%보다 2.0%포인트 높은 수치다.
취득세율 역시 크게 올랐다. 2주택은 8%, 3주택 이상 또는 법인은 12%까지 취득세율이 매겨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수요 둔화로 인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취득세 강화로 가수요 진입 자체도 원천 봉쇄 효과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 취득시 진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추가 구입보다는 1가구1주택 중심으로 주택자산을 구성할 것 가능성도 예상했다. 박 위원은 특히 리츠나 펀드 등 대체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매각보다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종부세율 인상은 내년부터 현실화돼
내년 상반기 일부 보유주택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현행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보다 낮고,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한도는 6억 원이어서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인상 역시 주택 매수세를 진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책에선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1년 미만은 기존 40%에서 70%로 늘어나고, 2년 미만은 60%로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면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 양도세가 중과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주택을 자주 사고 팔며 시세 차익을 챙기는 투기수요와 비규제지역에서 갭투자를 감행하는 외지인의 매수세를 일부 진정시킬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양도세 강화로 주택 순환주기가 상당히 더뎌져 거래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물 유도를 위해 양도세 시행을 내년 종부세 부과일까지 유예시켜 매물 출현 가능성에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향후 재취득 시 무거운 거래비용이 발생할 것에 대한 고민에 예상과 달리 매물이 쏟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4년짜리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를 폐지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위축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위원은 "아파트 임대사업이 갭투자와 비슷해지면서 주택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번 임대제도 폐지와 취득세 강화로 갭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임대주택 자발적 등록 말소시 과태료를 면제하고 등록 말소시점까지 세제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오면서 품귀현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젊은 층의 분노를 의식한 듯 민영주택에도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또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주변 유휴부지 및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 완화 △도심내 공실 상가‧오피스 등 활용 방안 등이 공급안으로 담겼다.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핵심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서울 주택의 유일한 공급 통로인 정비사업 규제를 풀지 않은 채 그간의 공급 방안을 반복하는 데 그쳐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