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관리 대상 품목을 기존 100개에서 338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2022년까지 5조 원 이상을 들여 차세대 전략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특히 한국을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만든다는 비전 아래 첨단투자지구를 신설하고 토지용도 규제 특례,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소부장 강국 도약'과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화'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소부장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운다'로 요약된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소부장 경쟁력강화 대책'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전략은 GVC 재편에 선제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소부장 강국 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청사진인 셈이다.
◇ 일본에서 세계로…글로벌 소부장 강국 도약 = 우선 정부는 소부장 분야의 공급망 관리 정책 대상을 기존의 대(對)일 관련 100개 품목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대만, 아세안과 연관된 핵심품목까지 더해 글로벌 차원의 338개 이상 품목으로 확장한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첨단형(158개)과 범용형(180개)으로 나눠 기술자립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차세대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5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한다. 특히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 '빅3'에는 내년에 2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8월 중 '소부장 연구개발(R&D) 고도화 방안'을 수립하고 경쟁력위원회·기술특위·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발굴된 차세대 유망기술은 소부장 특별법상 핵심전략기술과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소부장 특별법상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되는 차세대 기술을 R&D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고 1100억 원 규모의 소부장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핵심전략기술 관련 과제의 경우 지식재산 기반 연구개발(IP-R&D)을 의무화하고 중소기업의 특허 조사와 분석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세제 지원을 검토한다. 또 기술 개발비용과 기간을 70%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연내 285억 원을 들여 구축해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중소기업 개발제품의 실증 양산 테스트를 지원하는 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1500억 원을 투입하며,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을 채택한 제품의 공공기관 우선구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GVC에 우리 기업이 더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핵심전략기술 분야에서 잠재역량을 갖춘 소부장 으뜸 기업 100개를 선정해 해외 첨단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두주자로 육성한다.
올해 1차로 20개 기업을 선정하고 향후 5년간 100개를 선정해 전용 R&D, 4000억 원 규모 소부장 성장 지원펀드 등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첨단 소부장 품목을 중심으로 해외기업이 참여하는 R&D 비중을 올해 3%에서 2023년까지 10%로 확대해 글로벌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핵심품목의 공급 안정을 위해 공동물류 시스템인 '밀크런'(Milk Run)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 한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투자유치·유턴 확대해 첨단 클러스터 조성 = 정부는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유턴(국내 복귀)을 확대해 한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만들기 위한 '리쇼어링 전략'도 내놨다.
이를 위해 첨단형 158개 품목의 투자수요를 토대로 기존 계획입지 일부에 첨단투자지구를 지정, 토지용도 규제 특례를 적용하고 각종 부담금을 감면하는 등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소부장 관련 국내외 기업을 집적화한 소부장 특화단지도 올해 중 지정해 인센티브, 규제 특례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해외 첨단기업의 R&D 센터를 국내 대학에 유치하고 매년 미래 첨단 분야 인력을 8000명 이상 증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첨단분야 투자에 대한 세액지원을 강화하고 첨단산업 유치 및 유턴에 드는 보조금과 인프라에 5년간 약 1조5000억 원을 지원한다.
특히 유턴 기업에 대해선 유턴 보조금을 신설해 지원을 확대하고 비용부담을 덜도록 스마트화와 자동화 로봇 패키지 지원 한도를 최대 7억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소부장 2.0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에 'GVC 재편 대응 특별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다양한 기업, 연구소, 유관기관과 협약을 맺기로 했다.
우선 SK하이닉스와 4개 협력사, 융합혁신지원단, 반도체산업협회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연대와 협력 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계기로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세계 최초의 '양산팹 연계형 반도체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 LG 등 전자업계 수요 대기업과 협력기업, 코트라 등이 참여하는 '전자업계 국내복귀 활성화를 위한 협약'도 추진한다.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인 유미코아의 충남 지역 R&D 센터 투자 협약과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인 램리서치, 텍슨 등 6개 소부장 기업 간의 협력 협약도 예정돼있다.
정부는 소부장 2.0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수출 6202억 달러, 생산 1112조 원, 무역수지 2439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또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2000개 기업에 포함되는 한국 소부장 기업을 현재 11개에서 30개로 늘리고, 선진국 대비 소부장 기술 수준을 현재 80.6%에서 90.0%까지 끌어올린다. 제조업 자급률은 72.3%에서 80.0%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주요 신산업분야 자급률은 46.9%에서 60.0%로 각각 높일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년간 소부장 산업이 '가마우지 경제'가 아니라 먹이를 부리 주머니에 담아 새끼를 키워내는 펠리컨처럼 부품 자립화 경제로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소부장 강국,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우뚝 서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