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코로나19·경기침체·브렉시트 ‘삼중고’에 런던서 방 뺀다

입력 2020-07-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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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 9개층 매각 방침 등…영국, 코로나19로 300년 만의 최악 경기침체 직면·노 딜 브렉시트 우려도 여전

▲영국 런던의 3대 주요 비즈니스 구역의 사무실 공간 감소 추이. 평방피트 단위로 임대된 공간. 텅빈 원 : 2011년/색으로 칠해진 원 : 2020년. 출처 블룸버그
▲영국 런던의 3대 주요 비즈니스 구역의 사무실 공간 감소 추이. 평방피트 단위로 임대된 공간. 텅빈 원 : 2011년/색으로 칠해진 원 : 2020년. 출처 블룸버그
월가와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속속 영국 런던에서 사무실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여파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런던 탈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투자은행 부문 본사를 런던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9개 층을 매각할 방침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런던에서 나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전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타격을 주기 이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영국에서는 최근 경제학자들이 지난 1709년 ‘대혹한(Great Frost)’ 이후 약 3세기만의 최악의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런던 금융가인 시티나 런던 제2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한 카나리워프에서의 오피스 수요는 더욱 침체할 우려가 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불안도 여전하다.

부동산 투자사인 코헨앤스티어스의 로지어 쿼진스 유럽 부동산 최고 책임자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매우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런던의 경우 경기침체 위협과 노 딜 브렉시트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구조조정과 현금 확보를 더욱 가속화 하도록 불을 지피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그룹에 따르면 런던의 금융사 사무실 면적은 이미 지난 9년 동안 55만7418㎡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런던의 랜드마크 건물인 거킨빌딩 12채 또는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약 2.4배에 해당하는 사무실에서 금융사들이 나갔다는 의미다. 또 코얼리션디밸롭먼트에 따르면 현지 12개 대형 투자회사는 지난 1분기 전체 직원의 5%를 감원했는데, 이는 6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직원 수를 줄인 것이다. 그 대부분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경영 악화로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었던 유럽계 은행이라고 코얼리션은 설명했다.

또 비용 절감이 절실한 기업들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경험’은 사무실 공간 필요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경영진들이 재택근무가 효과적이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 경영진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본사를 유지하는 것이 과거 방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CS는 직원의 3분의 1이 항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는 “금융 회사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사무실의 20%를 줄이려고 하고 있었다”며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며, 그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권이 런던 사무실 임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5∼2019년까지 5년간 런던 사무실 임대에서 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19%로 떨어졌다. 반면 이 기간 미디어·IT 회사와 사무실 공유 회사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27%에서 4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된 지난 3월 중순부터는 기업들이 9만2900㎡의 사무실 면적을 줄이려는 가운데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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